질병 특성 및 병실 구조 등 복합 작용…첫 확진 후 병원 미온적 대처
숙지는가 했더니…대구 요양병원서 무더기 확진 이유는
"너무 깜짝 놀라서 밖에 나왔어요.

어떻게 바로 앞에서 이렇게 집단으로 걸릴 수 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한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뒷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65)씨는 18일 오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취재진에게 말했다.

한사랑요양병원은 치매노인 전문 요양병원으로 입원 환자가 117명, 종사자가 71명이다.

A씨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며 "다들 놀라서 통장에게 전화하고 소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환자들이 밖에 나오지도 않고 가족 면회도 좀 줄어든다 싶었다"며 "평소 관리가 잘된 요양병원이라 이렇게 터질 줄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요양병원 첫 확진 환자는 간호과장이다.

그는 지난 16일 인후통, 구토, 근육통 증세로 대구의료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당일 확진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해당 요양병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병원 종사자와 환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188명 중 7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종사자 17명, 환자 57명이다.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7%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있었으나 전수조사를 하기까지 모르고 있었다.

종사자들은 간호과장과 동시에 증세를 보인 종사자들이 여럿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확진자 발견이 늦어진 것은 바이러스성 질병인 코로나19의 특성, 병원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치매를 앓는 고령층 환자들이 기저질환을 파고드는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초기 전파력이 강하고 대부분 환자에서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나는 코로나19 특성상 요양 시설은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기저질환 증상 때문에 코로나19 증상이 가려지기도 하고, 약물 복용으로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려도 초기 증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한사랑요양병원은 병상 199개를 두고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 종사자 71명이 환자 117명을 돌봤다.

입원 병실은 8인실 4개, 7인실 4개, 6인실 9개, 2인실 2개 등으로 대형 병실이 대부분이다.

여러 환자가 1.5m 간격 병상에서 지내는 구조여서 확진자가 나오면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종사자는 "간호과장이 그날 낮에 많이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했다고 했다"며 "나도 그날따라 몸이 힘들었는데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간호과장이 16일 확진 판정을 받고도 만 하루 동안 고위험군인 직장에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건당국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 병원 종사자 69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했다.

그 결과 17일 오후 9시 15분께 종사자 17명 양성 판정을 받아 야간 근무 확진자 6명을 입원 조치했다.

간호과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때로부터 만 하루 동안 그와 함께 근무하거나 접촉한 환자들에 대한 별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