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성 분당제생병원장 이날 새벽 확진…13일 중대본 간담회 참석
김강립 차관 등 복지부 직원 8명 자택 대기중…보건당국, 접촉 강도 조사중
참석자들 마스크 착용 여부 '중요'…복지부 "역학조사 결과 따라 조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분당제생병원장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주재한 수도권 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중대본 1총괄조정관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등 보건복지부 직원 8명이 '예방적' 차원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로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간담회로 인해 병원장까지 줄지어 격리되거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면 방역체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18일 중대본에 따르면, 간담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중증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병상확보를 위해 정부가 병원장들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김강립 차관 및 복지부 관계자 8명과 이날 새벽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영성 분당제생병원장 등 수도권 대학·종합병원 원장들이 참석했다.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병원장 23명이 참석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당일 정확히 몇 명이나 참석했는지는 중대본이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날 참석자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원장의 착용 여부가 특히 중요한 상황이다.

중대본은 지난 12∼17일 병원장들과 4차례 간담회를 열었는데, 12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18곳 원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회의를 주재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13일 간담회 참석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역학조사관과 성남시 보건소가 함께 하고 있다.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 등 복지부 직원 8명은 이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복지부 건물을 떠나 각자의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원장과 어느 정도로 접촉을 했느냐에 따라 자가격리자로 분류될 수도 있고 업무에 복귀할 수도 있다.

중대본은 예방적 자가격리에 들어가기 전에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인 직원이 있었는지, 진단검사가 실시됐는지, 간담회 참석 병원장들은 격리 상태로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경기 성남시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6일부터 기침, 콧물 등 증상이 있어 17일 오후 2시께 검사를 받고 이날 새벽 3시께 확진됐다.

간담회에 참석하고 나서 3일 후에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중대본 방역총괄반장)은 오전 브리핑에서 "복지부 직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방적으로 자율적인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며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각국 정상은 물론, 정부 주요 인사들의 확진 사례도 계속 나왔다.

이란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실무단을 이끌고 있던 보건부 차관이 지난달 확진된 바 있다.

최근에는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과 장관 2명 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2만7천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이탈리아에서는 집권당 대표와 하원 의원이 확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계 전반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덮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브라질 대통령과 만찬, 8일 모금행사 등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뒤 검사까지 받은 끝에 결국 음성 판정을 받았다.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 부부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지휘하는 고위 책임자들의 감염을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처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바 있다.

문 장관은 해수부 내 확진자와 밀접히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보건당국으로부터 2주간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김강립 차관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장에서 뛰는 고위 공직자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인 손 씻기나 특별히 위험한 지역의 실내에서 장시간 회의를 하지 않는다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일반적인 위생수칙을 보다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이 답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가격리 중인 고위공직자의 수칙에 대해서는 "당연히 방역당국의 조치에 응해야 한다"며 "다만 재택근무 방식으로 필요한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고 업무 협의를 하는 등 모바일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