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신천지' 집단감염→전국 산발적 감염…WHO, 팬데믹 선언
코로나19, 전파력 높고 대부분 증상은 경미…치료제·백신 '개발중'
국내외 유행 지속 가능성…위생수칙·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코로나19 두달] 국내 확진자 증가세 꺾였지만 '장기전' 준비해야
18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두 달이 가까워지면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20일 첫 환자가 나왔다.

이후 확진자는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명씩 쏟아지면서 현재 8천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대구·경북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전국 곳곳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베일에 싸였던 코로나19 정체도 치료 경험과 연구 결과 등이 쌓이면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전파력'은 당초 예상보다 높고, 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개발 중이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는 당분간 확진자가 계속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위생수칙·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두달] 국내 확진자 증가세 꺾였지만 '장기전' 준비해야
◇ 하루 신규확진 100명 아래로 감소…'유럽발 입국' 유의
국내 코로나19 유행 양상은 초기 한 달간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두명씩 나왔다.

대규모 확산이 이뤄진 건 지난달 18일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다.

이 교회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대구·경북에서는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전체 확진자 수는 국내 발생 37일 만에 1천명을 넘어섰고, 이틀 뒤에는 2천명대, 그 바로 다음 날에는 3천명대에 진입했다.

이후에도 하루건너 하루꼴로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이런 확진자 증가 추세는 이달 둘째 주에 접어들며 확연하게 꺾였다.

신규 확진자는 이달 12일부터 100명대를 유지했고 최근 나흘 동안에는 70∼90명대에 머물렀다.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건 신천지교회 전수조사가 마무리된 영향이 크다.

대구·경북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면서 전체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다.

다만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는 13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경기 성남 은혜의강 교회와 관련해서도 6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인구가 밀집돼 있고 주요시설이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지면 대구·경북에서처럼 확진자가 쏟아지는 '슈퍼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두달] 국내 확진자 증가세 꺾였지만 '장기전' 준비해야
의료기관 감염도 불씨로 남아있다.

최근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는 70여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또 경기 분당제생병원에서는 원장을 포함해 30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왔다.

의료기관 감염은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 방역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는 119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 7명이 숨졌다.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며 국내 확진자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미국 등에서는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검역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들어온 사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전날에는 이집트를 다녀온 60대 부부와 미국에서 유학한 2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확진자들의 방문 국가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코로나19 두달] 국내 확진자 증가세 꺾였지만 '장기전' 준비해야
◇ 증상 경미하고 전파 빠른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은 '아직'
코로나19가 국내외로 확산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실체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초기에는 '사람 간 전파'가 없다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감염 초기인 '무증상'일 때도 전파력을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의 전파가 빠른 것은 초기 증상이 경미하기 때문이다.

환자는 감염된 줄 모르고 평소와 같이 생활하며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증상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은 것도 감염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18일 0시 기준 사망자는 84명으로 치명률은 1.0%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치명률이 급증해 60대에선 1.51%, 70대 5.35%, 80세 이상은 10.84%로 높아진다.

중국에서도 고령 환자의 치명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보건당국이 지난달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환자 5만5천924명에서 치명률은 3.8%였지만, 80세 이상 환자에서는 치명률이 21.9%나 됐다.

코로나19 아동 환자는 성인 환자에 비해 증상이 경미하다고 알려졌지만, 중국에서는 고열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해 산소치료를 받은 사례도 나왔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는 '타미플루'라는 약이 있어 확진을 받으면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쓰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 중증인 경우에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나 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 등을 투여한다.

그러나 이 약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2월 학계에 처음 보고된 질병인 만큼 치료제·백신 연구도 아직 초기 단계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Moderna)는 백신을 개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사노피 등도 백신 개발에 나섰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두달] 국내 확진자 증가세 꺾였지만 '장기전' 준비해야
◇ 근무 형태 바꾸고·개인위생 지키고…'장기전' 준비해야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생활방역'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적어도 올해 여름까지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고, 잠시 주춤하다 연말 이후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장기전에 대비해 각 사업장, 기관, 학교의 근무 형태를 바꾸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파도 나온다'는 문화를 '아프면 쉰다'는 문화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부담 없이 출근 또는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직장 내에서는 '다닥다닥' 붙어 앉는 밀집 환경을 개선해 1m 이상 자리를 띄워 앉고, 환기와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업무 환경에 따라 이참에 온라인을 활용한 재택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4월 6일로 예정된 각급 학교 개학 이후에도 매일 학생 발열 감시를 하고, 수업 밀집도를 낮추고, 등·하교 시간을 분산하고, 손 소독제 등을 구비하는 등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체육 활동을 할 때는 소규모로 야외 활동을 하게끔 해야 한다.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 일반 성인도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을 되도록 방문하지 않거나, 방문하더라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의료시스템적으로는 병상 부족에 대비할 체계를 정비해놓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병상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환자 급증에 대비한 준비가 완료돼 있어야 한다"며 "서울, 경기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을 빨리 비우고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생활치료센터도 환자가 늘고 나서 개소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사시 병상 부족에 대비해 체육관, 전시장 등을 활용한 임시병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