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넘는 식자재 폐기할 판…직원 휴직 권고 검토
천장까지 쌓인 감자에 농민들 주름…학교앞 문구점·분식집도 타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교육부가 17일 개학을 추가로 연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 급식업체와 식자재 생산 농가들이 또다시 깊은 시름에 잠겼다.

23일 개학을 기대하며 겨우 버텼지만 다음 달 6일로 또 미뤄지자 폐업을 걱정하는 급식업체까지 생겼다.

학교에 납품하려고 미리 수확해 놓은 감자가 썩어들어가는 모습을 본 농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개학 또 2주 연기에 한숨만…직격탄 맞은 급식업체·납품농가
경남 창원의 한 급식 유통업체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혀 없다.

학교 급식만 취급해 개학 연기 여파를 그대로 맞고 있다.

이 업체 A(48)대표는 처음 개학이 연기됐을 때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했다.

A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학이 더 연기돼 직원들을 언제 다시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납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 한 납품업체는 23일 개학을 대비해 준비해 놓은 급식 일부를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통기한이 다음 달 초여서 급식판에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업체 역시 개학이 더 미뤄지자 직원들에게 휴직 권고를 검토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감 없이 인건비만 계속 나가고 물품 폐기까지 해야 할 판이라 업체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한탄했다.

울산지역 급식업체도 개점 휴업 상태다.

한 급식업체는 "운영비 등 고정비용이 큰 업체는 타격이 크다"며 "고용 유지만 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길 기다리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업체도 생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강원지역 급식재료 납품 농가에서도 한숨이 터져 나오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식자재로 사용될 농산물이 저온 저장 창고에 쌓여 상품성을 잃어가는 데다 유지비까지 들어가 손해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저장고 천장까지 쌓인 감자를 보면서 이마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지난해 이 지역 감자 농가는 13만8천t을 생산했다.

평년보다 20% 많다.

이 지역 저장 감자는 대부분 식자재로 사용되는데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 납품이 멈췄다.

홍창현 신매감자영농조합대표는 "강원도가 감자 특판 행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봄 감자를 심을 때가 왔는데 창고에 가득 쌓인 감자를 보니 한숨만 늘어간다"고 말했다.

춘천시 신북읍의 사과 농가들은 학교 공급이 계속 미뤄지면서 상품성이 떨어지자 썩기 전에 주스로 재가공하고 있다.

개학 또 2주 연기에 한숨만…직격탄 맞은 급식업체·납품농가
경기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 지역 학교는 대부분 경기도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계약한 농가에서 급식용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이달 납품을 위해 계약 재배한 농산물 중 딸기의 경우 금세 시들어 경기도교육청 직원들이 동참해 530㎏을 주문했다.

개학 추가 연기로 냉이, 대파, 시금치 등 저장이 어려운 친환경농산물을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과 함께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했던 학교앞 문구점과 분식점 등도 여느 해보다 힘겨운 봄을 보내고 있다.

대구 성동초교 인근의 문구점들은 이달 들어 문을 열지 않았다.

전기요금이라고 아끼기 위해서다.

주변에 학원이 많고 4천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 방학 중에도 초등학생들이 찾았지만 지난달 하순부터는 발길이 뚝 끊겼다.

한 문구점 주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터넷으로 학용품을 사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개학까지 추가 연기됐다"며 "이 같은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하면 대구시내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은 다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강일 김도윤 허광무 양지웅 한지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