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소비 위축·급식 납품 끊긴 농산물 피해 눈덩이…농민 발 동동
지자체·교육청·농협·주민공동체까지 팔 걷어…'농산물꾸러미' 운동

"우리농산물 사주기로 코로나19 극복합니다"…전국서 '착한소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기 위한 '착한 소비'가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식소비가 급감하면서 신선 농산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특히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판로마저 막히자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히면서 경북 친환경 농작물 재배 3천 농가가 약 23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확진자가 비교적 많이 나온 경북 청도에선 제철을 맞은 미나리 판매량이 평년보다 80%가량 감소했다.

'대구사과'는 한때 공판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창고에 쌓이는 수난을 겪었다.

"우리농산물 사주기로 코로나19 극복합니다"…전국서 '착한소비'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인한 도내 21개 친환경 학교급식 출하회의 피해예상액은 3월에 24억원(441t), 4월에 20억원(465t)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국내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농산물 소비 운동이 '행복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도는 친환경 학교급식 농산물 출하에 비상이 걸리자 소비 운동에 동참해달라며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공동판매 캠페인에 나섰다.

시금치,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등 11개 품목을 담은 4kg들이 한 상자가 2만원이고 50상자 이상 공동구매하면 2천원씩 할인해준다.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지난 16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김경수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 농가 대표 등이 참석해 개학 연기로 판로가 막힌 농산물 적기 소비 촉진을 위한 '농산물꾸러미' 전달식을 열고 도민 동참을 호소했다.

도는 또 23일부터 'e경남몰(http://egnmall.net)'에 농산물꾸러미 친환경농산물 구매 메뉴를 만들어 전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강원 강릉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하지 못한 감자 재고 물량을 951t으로 파악하고 저소득층 1천500가구에 감자를 무상 공급하고 주유소 사은품 활용, 출향인사·기관·단체 감자 팔아 주기 등을 통해 300t을 소진하기로 했다.

농협전남지역본부는 지역 친환경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수도권 대형유통매장에서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 특별 판매지원 행사에 들어갔다.

제주도와 도교육청은 최근 친환경급식생산자위원회,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공급업체와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대책 회의를 열어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동구매를 진행키로 협의했다.

주민 공동체를 통한 자발적인 농산물 착한 소비 운동도 불붙었다.

"우리농산물 사주기로 코로나19 극복합니다"…전국서 '착한소비'
충남 아산시 음봉면 포스코아파트(3천300가구) 주민공동체인 누리보듬은 최근 단지 내 주민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환경 야채 꾸러미 공동구매 운동을 2차례 진행했다.

아산지역 학생에게 공급될 예정이던 친환경 농산물이 각급 학교 개학 연기로 폐기될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운동에는 1차로 30가구, 2차로 74가구가 참여해 양파, 근대, 얼갈이 등 채소류 1t을 사줬으며 개학이 4월로 연기되자 추가로 공동구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종근 서산시 농식품유통과장은 "엽채류 농산물은 저장 기간이 짧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 소비자들도 농민의 어려움을 고려해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은파·조근영·황봉규·박지호·김경태·최병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