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조직·세포 영향 분석 결과…내분비 교란도 유발
옷 세탁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섬유 물고기 아가미 손상
옷을 세탁할 때 떨어지는 미세플라스틱 섬유에 장기간 노출된 물고기는 동맥 일부가 부푸는 동맥류와 피부막 짓무름, 아가미 손상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 물고기는 내분비 교란으로 알을 낳는 양이 늘어나는 등 생식 이상 현상도 보였다.

미국 듀크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니컬러스 환경학과의 데이비드 힌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일본 송사리(Oryzias latipes) 27쌍을 수조에 넣고 21일간 미세플라스틱 섬유를 노출한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 과학도서관(PLoS)이 운영하는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 섬유는 옷이나 생활용품 등의 합성섬유를 세탁하거나 사용할 때 떨어져 나오는 미세한 섬유 조각으로 폴리에스터나 폴리프로필렌, 기타 플라스틱 등으로 돼있다.

세탁 과정에서 하수에 섞여 버려지면 이를 걸러내는 장치가 없어 강이나 바다, 호수로 흘러들게 된다.

지난 2016년에 생산된 합성섬유는 600만t에 달했으며 옷 한 벌을 세탁할 때 2천개 가까운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떨어지는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물고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관찰 대상 송사리들의 무게와 산란, 미세플라스틱 섬유 흡입량과 배설량 등을 주간 단위로 측정하고 21일 뒤 세포 조직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건강했던 일본 송사리들에서 동맥류와 피부막 짓무름 이외에도 아가미 점액질 증가, 아가미 주변 상피세포 변화 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물고기의 호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고기가 장내로 흡입하는 것과는 별도로 매일 수백, 수천개의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물고기의 아가미를 통과하면서 호흡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힌튼 연구실의 멜리사 체르닉 연구원은 "야생에서 아가미를 다치고 산소가 낮은 환경에서 포식자에게 쫓긴다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면서 "이는 다른 물고기와 먹이 경쟁을 벌일 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물고기의 장(腸) 내에서는 손상을 예방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해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장 자체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혈류로 흘러드는 화학성분을 분비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 화학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그러나 폴리프로필렌으로 된 미세플라스틱 섬유에 노출된 암컷 물고기가 산란을 더 많이 한 결과로 볼 때 미세플라스틱 섬유에서 나온 화학성분이 내분비 교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동물의 다양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규명하지 않고 동물의 몸안에 흡수된 것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돼 왔다"면서 동물 세포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과학이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