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서 견해차로 다툼 잦아…온라인 커뮤니티도 "관련 글 금지"
'정치논쟁' 못잖은 '코로나19 논쟁'…피로감에 "언급 금지"
직장인 전모(32)씨는 며칠 전 남자친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말다툼을 했다.

전씨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이에 반박하며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슈퍼 전파자'였던 신천지 신도가 문제"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전씨는 17일 "이런 이야기가 길어지면 괜한 감정싸움이 될 것 같아 '앞으로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일상 대화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에서 코로나19 관련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자 여러 가지 의견 차이로 다툼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피로증'을 겪는 탓에 곳곳에서 '코로나19 언급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친구와 코로나19 얘기만 나오면 정부가 잘하니, 못 하니 하면서 정치 이야기로 흘러가 앞으로 코로나19 관련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회원 수 56만명의 한 캠핑 관련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관련 게시글 제한 안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코로나19 관련 지역감정과 불안감을 조장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회원 간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유머 글, 지역감정이나 정치적 분쟁을 야기하는 내용, 정확한 출처가 없는 정보 등의 게재를 금지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코로나19 관련 글을 모니터링한 결과, 정보공유와 합리적 토론을 넘어 특정 정치세력과 종교,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및 조롱 등이 올라와 더는 묵과할 수 없게 됐다"며 코로나19 관련 글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관리자 공지가 올라왔다.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500여명의 취업준비생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는 "취업과 연관 없는 코로나19 관련 얘기는 자제하라"는 공지가 게재됐다.

이런 조치에도 참여자들 사이에 코로나19에 대한 언급과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에 참여한다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는 것보다 정치적 논쟁이 일어날 때가 더 많아 대화 내용을 보기도 피곤할 지경"이라며 "정치적 내용을 자꾸 언급하는 누리꾼은 방출하거나 '정치 관련 방으로 가라'고 경고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