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봄 축제가 ‘한파’를 맞았다. 진해 군항제, 광양 매화축제 등 지역마다 20만~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봄 축제가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돼 관광산업 위축으로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는 지난해 400만 명이 찾은 진해 군항제(당초 일정 3월 28일~4월 6일)를 57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취소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최대 축제여서 창원시는 막판까지 축제 연기 등을 고심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시민 안전을 고려해 취소를 결정했다. 벚꽃 개화 시기가 빠른 부산의 벚꽃축제들도 대부분 취소됐다.경남 하동 화개장터 벚꽃축제도 취소됐다. 2011년 구제역 사태 이후 9년 만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고성 공룡엑스포는 가을로 일정을 미뤘고, 23개국 음악가가 공연할 예정이던 통영국제음악제도 모든 일정을 없앴다. 울산시도 울산을 대표하는 궁거랑 벚꽃 한마당을 열지 않기로 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10월 23일로 연기)와 울산옹기축제(하반기로 연기)는 개막을 늦췄다.매화와 벚꽃 위주인 전남지역 13개 봄 축제도 해당 지자체들이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했다. 순천 동천벚꽃축제, 해남 땅끝매화축제, 광양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꽃축제 등 7개는 올해 축제장 문을 열지 않는다. 함평 대한민국 난명품대제전(11월로 연기), 해남 달마고도 힐링축제(6월로 연기)는 미루기로 했다. 4월과 5월에 개최 예정이던 광양 철쭉축제와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보성 다향대축제 등은 지자체에서 일찌감치 취소 의사를 밝혔다. 광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134만 명이 방문한 광양 매화축제는 경제유발 효과가 439억원에 달했는데 축제 무산으로 지역경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봄철 먹거리 중심인 충남 서해안 봄 축제도 올해는 즐길 수 없다. 서천 동백꽃·주꾸미 축제, 보령 주꾸미·도다리 축제가 취소됐다. 보령시 관계자는 “주꾸미가 가장 맛있을 때 열리는 축제여서 축제 시기를 연기할 수가 없다”며 “자영업자들의 ‘봄 대목’이 코로나19 여파로 없어졌다”고 말했다.봄 축제가 줄줄이 취소돼 축제장을 중심으로 한 음식점, 숙박시설, 상가의 매출 감소는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일부 지자체가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피해가 전 업종에 걸쳐 발생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봄 축제에만 270만 명이 찾았는데 축제 취소로 최대 2000억원대의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됐다”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대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임동률 기자/전국 종합 exian@hankyung.com
지난 3일 울산 북구 진장 유통단지.현대자동차 울산공장까지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보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 근로자들로 불야성을 이뤘으나 지금은 고요함을 넘어 삭막하기까지 했다.횟집을 하는 한 업소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 같으면 근로자들의 회식 자리로 야간에는 식당마다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야간에 불 켜진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숨지었다.한국 ‘제조업의 심장부’인 울산이 ‘코로나19발(發) 셧다운(일시 중지)’ 공포에 휩싸이면서 외환위기(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불황이 엄습하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코로나19에 쑥대밭 된 해오름동맹 경제지난달 28일 GV80과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근로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가동을 멈춰야 했다. 지난달 초에는 중국 내 협력업체 가동 중단에 따른 ‘부품 재고 부족’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이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다.현대차 울산공장은 근로자가 3만 명 이상인 데다 1차 협력업체만 300여 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발 셧다운 공포는 제조업 생산라인은 물론 울산 소비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날렸다.올해 울산 수출은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711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무역협회는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새 변수로 이 같은 전망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울산의 주력산업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역 산업계에 연쇄 가동 중단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코로나19발 경제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계는 물론 울산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수소경제·해상풍력 키우는 울산울산시는 코로나19발 경제 쇼크에 맞서 시민과 기업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혁파에 나서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 행정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모바일 전자상품권)인 ‘울산페이’로 결제할 경우 10%의 특별 할인 혜택도 주기로 했다.울산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경영안정과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올해 상반기 12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 지원에도 나선다. 중소기업 자금은 업체당 4억원까지다. 수출기업은 5억원까지 지원한다. 중소기업 해외시장 판로 개척과 수출 촉진을 위해 25억원을 들여 올해 599개 중소기업체를 지원한다.송철호 울산시장은 “초대형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을 ‘울산발 뉴딜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해가스전 주변에 1차로 50기 300㎿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총 350기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해 2만 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효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송 시장은 ‘수소경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울산시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6만7000대 보급, 수소충전소 60기 확충 등 수소 제조·공급부터 연료전지 실증화·연구개발(R&D) 및 사업화까지 수소 대중화를 선도할 전 주기 생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울산시는 비전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50만 대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유치 활동과 수소 전문기업 및 소재부품 산업 육성, 수소 제조 및 저장 능력 확대, 수소 공급망과 충전 인프라 확충, 수소 전문인력 양성 등 10대 프로젝트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배터리 특구에 승부 거는 포항경북 포항시는 관광업체 경영 안정을 위해 단체 관광객에게 인센티브 지원(10억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운전자금으로 1900억원을 비롯해 소상공인 특례보증에 150억원, 소상공인 정책자금으로 8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포항사랑상품권도 3000억원 규모로 확대 발행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도 추진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카드수수료를 지원하고 민생안정 행복일자리 사업도 확대 시행한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율주행차, 드론, 첨단로봇,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없어서는 안 될 배터리를 포항 최대 신성장산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은 에코프로GEM, 포스코케미칼 등 세계적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과 포스코그룹 산하 2차전지 소재연구센터 등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고루 갖추고 있다.포항시는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임대용지를 조성원가의 1%인 3.3㎡당 약 5500원에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포항 블루밸리 임대용지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3년간 임대료 50%를 지원한다. 입주 기업은 최장 50년간 임대할 수 있다.블루밸리 국가산단은 정부가 지난해 7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자유규제특구로 지정하면서 포스코케미칼과 뉴테크엘아이비, 피엠그로우 등 2차전지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의 입주가 본격화하고 있다.○루지관광 사업에 나선 경주경주시는 지난달 수공단개발(대표 이기연)과 500억원 규모의 ‘경주 보문단지 루지월드’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주시는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경상북도와 협업해 개발행위 등 각종 인허가 사항을 지원하고 시행사인 수공단개발은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루지월드를 조성한다.수공단개발은 보문단지 내 부지 7만6840㎡에 루지트랙 2코스(총 2.7㎞), 리프트(350m), 힐링 탐방로, 상업시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루지월드를 건립할 계획이다. 동계스포츠에서 유래한 루지(썰매)는 특별한 동력장치 없이 특수 제작된 카트를 타고 땅의 경사와 중력만을 이용해 트랙을 달리는 체험형 관광놀이시설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관광산업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문화관광도시 경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울산 경제가 또 한 번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울산시민들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친환경 생태·에너지 관광도시로 도약해 울산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송철호 울산시장(사진)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래 먹거리 기반을 구축하는 ‘7브리지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울산의 제조업 체질을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광서비스산업 등을 연계,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울산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가 울산 제조업 생산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전염병 때문에 제조업 생산라인이 멈추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전반에 방역 시스템을 새로 정비하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울산의 의료시설이 얼마나 부족한지도 실감했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제조업 도시에 걸맞은 공공병원 건립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합니다.”▷2년 전 취임할 때도 울산 경제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세계적 경기침체, 미·중 무역갈등, 여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번지면서 울산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3대 주력 산업은 패러다임 변화(친환경, 스마트화)에 맞춰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화, 인력 양성 등을 계속 지원할 방침입니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과 수소경제,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원전해체산업 등 새로운 성장산업은 구심점이 될 인프라 구축과 민자 유치 등을 통해 산업 기반을 튼튼하게 키워나가겠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청년, 중장년, 여성, 어르신 등 계층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시민이 행복한 울산’ ‘사람이 모이는 울산’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과 문화, 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겠습니다.”▷‘7브리지’로 칭한 일곱 가지 미래 먹거리 사업 가운데 올해 윤곽을 드러내는 사업은 어떤 게 있습니까.“지난해 7개의 튼튼한 기둥을 세웠다면 올해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수소 규제자유특구에 올해부터 예산이 투입돼 수소선박 등에 대한 실증사업이 시작되고, 연말까지 2800대가 넘는 수소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게 됩니다.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북항 사업은 오는 6월 첫삽을 뜹니다. 세계 4대 오일 허브로의 도약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백리대숲 조성사업은 명촌교에서 석남사까지 40㎞ 구간을 올해 완성하고, 울산의 첫 국립병원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2024년 개원을 목표로 부지 매입과 설계에 들어갑니다.”▷수소산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지난해 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울산을 방문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울산시는 ‘2030 울산 세계 최고 수소도시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노력을 다한 결과 지난해 11월 수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고, 12월에는 수소 시범도시 및 수소 융복합단지 실증사업에 선정되면서 수소도시 기반을 확고히 다졌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수소지게차와 무인운송차량, 수소 선박 같은 수소 연료전지를 쓰는 다양한 운송수단을 울산에서 마음껏 개발하고 실증할 것입니다. 남구 도심에서 북구 현대자동차까지 10㎞에 이르는 수소 배관망과 태화강역에 대규모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고, 북구 율동지구에는 810가구의 공공임대주택 등에 수소 연료전지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수소 타운을 조성하겠습니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수소 경제를 실감할 수 있는 수소도시를 건설하겠습니다.”▷울산에서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열립니다.“올해는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제3차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6월 24~26일 울산에서 열립니다. 한국 측 17개 시·도와 러시아 측 극동연방관구 11개 지자체 및 정부, 산하 유관기관 등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해 북방경제 협력방안을 논의합니다. 포럼을 계기로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를 러시아와 연계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경제정책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전국체전도 울산에서 열리는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내년 10월 울산에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와 제41회 전국 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립니다. ‘생태 정원도시 울산에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정했습니다. 올해 150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개보수하고 체전 이후에도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통해 태화강 국가정원을 품은 생태도시, 수소·에너지 기반의 미래 선도도시인 울산의 역량을 전국에 알리겠습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