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도 원격강의 적응 분주…교수-학생, 소통 부재 등 부작용 우려
[르포] '코로나19가 앗아간 대학생활'…개강일 학교 못 가는 새내기
"대학 생활의 낭만은 집에 틀어박혀 보는 드라마에나 있네요.

"
전남대학교 경영학부 새내기 김모(19)양은 수시로 대학에 합격했지만, 대학 건물에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학 새내기 환영 행사와 오리엔테이션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개강마저 미뤄지면서 선배는 물론 함께 4년여간 대학 생활을 함께할 동기들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라고 느낄 때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초대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올라오는 공지사항을 볼 때뿐이다.

소통을 위해 만든 대화방이지만, 선후배나 동기간 대화는커녕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대학 생활에 대한 갖가지 알림만 매일 전달된다.

한차례 개강이 미뤄지고 16일 개강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대학 측이 원격강의 등으로 수업 대부분을 대체하기로 하면서 김양의 '오프라인 대학 생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날 시작하는 원격강의도 불편한 것 천지다.

전공과 교양을 포함해 모두 6과목을 수강 신청했지만, 개강일 첫날 수업 두 과목은 모두 과제와 감상문 등 숙제만 안겼을 뿐 교수님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르포] '코로나19가 앗아간 대학생활'…개강일 학교 못 가는 새내기
과제는 직접 출력해서 제출해야 하는지, 파일로 내도 되는지, 몇장이나 써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것이 많지만 선뜻 물어볼 수 있는 곳도 없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여쭤봐도 되는지, 모바일 메신저나 메일을 보내도 실례가 아닌지 새내기에겐 모두 어려운 일이다.

일부 실시간 수업은 고등학교 시절 인터넷 강의 듣는 것과 비슷해 낯설지는 않았지만, 직접 듣지 못한 수업을 수강 신청 정정 기간 바꾸지 않고 계속 들어도 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게 우리가 꿈꾸던 대학생이냐"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김양은 "코로나19가 끝나고 학교에 가면 새내기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라고 본인도 자신 없는 위로를 건넸다.

원격수업이 불편한 건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광주대 3학년 이모(24)씨는 올해 전과한 후 적극적으로 학과 생활에 적응해보려 했으나,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같은 과 학생들도 잘 모르고, 교수님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수업마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답답하기만 하다.

전과생이어서 전공 수업 이해도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수업 진행을 끊을까 봐 원격수업 과정에 제대로 질문할 수도 없었다.

전남대 사범대학의 한 재학생은 '병원 치료 중인데, 실시간 수업을 누워서 수업받아도 되겠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르포] '코로나19가 앗아간 대학생활'…개강일 학교 못 가는 새내기
교수들도 학생 없는 수업 진행이 불안하고 어색하지만 빨리 적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남대 교육학과 류지헌 교수는 원격강의에 혹시나 차질 있을까 봐 교수들과 함께 원격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전 연습을 철저히 거쳤다.

그는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 등에 익숙해 오히려 교수들보다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다"며 "강의실 수업 방식을 다변화하고,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대 교육학과 김민성 교수는 "수업 시간 학생들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상호작용할 기회는 사라졌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비대면 강의는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유형의 방법을 실험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르포] '코로나19가 앗아간 대학생활'…개강일 학교 못 가는 새내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