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교수 "재사용 마스크 개발이 약이나 백신보다 빠를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장기전에 대비해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는 마스크 부족 사태를 완화하고자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지역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사재기와 줄서기 등 혼란이 벌어지고 국민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자 지난 9일부터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를 도입했다.

기 교수는 마스크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사회상황을 의식해서인지 "마스크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개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비가 마스크 정도밖에 없으니 마스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제조시설 미비 등으로 단기간에 늘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공급량을 확대하고자 제조업체들을 독려해 하루 1천만장이었던 일일 생산량을 최대 1천300만장까지 끌어올렸다.

나아가 제조과정에서 필수 부자재(MB 필터)가 많이 드는 제품(KF94) 대신 적게 드는 제품(KF80)을 제조하도록 유도하는 등 생산량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5천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 교수는 이렇게 일회용의 보건용 마스크를 아무리 만들어도 국민이 필요한 만큼 다 만들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서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제나 백신 등을 개발하면 가장 좋겠지만, 설혹 개발한다고 해도 과연 안전한지, 효과는 있는지 등을 임상시험을 거쳐 검증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쓸 만큼 충분히 생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사용 마스크를 개발하는 게 약이나 백신보다 더 빠를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 교수는 "천 등 어떤 재질이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라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생각해야 하고, 개발과정에서 현재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 미세입자와 바이러스 등 감염원을 차단하긴 하지만, 일상에서 숨쉬기가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사용 지침을 개정하면서 면마스크 사용과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타인의 침방울이 직접 닿지 않도록 면 마스크(정전기 필터 교체포함)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보건용 마스크를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만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마스크 사용 권고안'을 내고 면 마스크 사용과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보건용 마스크가 부족하거나 없다면 안 쓰는 것보다 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고, 안 쓰는 것보다는 청결한 곳에서 건조해 재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입장을 바꿨다.

의협의 애초 마스크 사용 권고가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한발 물러선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재사용 가능한 마스크 개발 보급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