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취소에 학교급식 중단, 식당 휴업까지 겹쳐 수요 급감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포항 고로쇠·부추농가 "한숨만…"
"축제가 취소된 데다가 사람들이 외출이나 구매를 꺼리면서 남아도는 고로쇠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포항 죽장고로쇠영농조합법인 손두호 사무국장은 15일 고로쇠가 팔리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 북구 죽장면 70여개 농가 주민은 매년 2∼3월에 19만t 정도 고로쇠를 생산·판매했다.

죽장고로쇠는 1.5ℓ 6개에 2만5천원에 판매돼 지역 농가에 짭짤한 수입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고 외부 활동이 줄면서 고로쇠 판매가 예년 같지 않다.

지금까지 판매한 고로쇠는 예년 절반 수준이다.

14일 개최 예정이던 고로쇠축제가 취소돼 판매 부진을 더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소식을 접한 포항시와 시의회가 앞장서 판매 촉진에 나서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손 사무국장은 "축제를 열면 하루에만 1만t 이상 판매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부 농가는 판매가 안 돼 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포항 고로쇠·부추농가 "한숨만…"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포항 고로쇠·부추농가 "한숨만…"
포항 특산물인 시금치와 부추, 방풍나물 판매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됐고 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급식을 하지 않으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한 농민은 외국인을 비롯해 인부 6명과 함께 부추를 수확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그는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라며 연신 물을 들이켰다.

한 단에 3천원에 거래되던 부추는 최근 1천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이 농민은 "한 단에 500원에서 1천원 정도 받아 인건비나 물류비를 빼면 적자인데 이미 다 자란 것을 그냥 둘 수 없어서 출하하고 있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또 다른 시설하우스에서 방풍을 재배하는 농민 김모(66)씨는 "2㎏ 단위로 거래하는데 그전에는 1만2천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금은 3천∼4천원에 거래된다"며 "재래시장이 문을 못 여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밭에서 만난 한 농민은 "시금치든 부추든 방풍이든 전부 반값 이하로 떨어졌다"며 "학교 급식을 안 하고 식당이 문을 안 열고 전부 집에만 있으니 수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동초나물을 경매에 부치니 아무도 손가락을 안 든다"며 "이럴 바에는 막노동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포항 고로쇠·부추농가 "한숨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