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구조용 승강기 화재 때 소방관만 이용…"대부분 잘 몰라"
지난해 승강기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소방관들이 불을 끌 때 건물 내 승강기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관련법이 시행된 지 1년가량 지났지만, 시민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일 인천 송도소방서에 따르면 올해 초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호텔 5층 객실에서 불이 났을 때 투숙객들이 한꺼번에 소방구조용 승강기로 몰렸다.

보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승강기 고장이나 질식에 따른 위험을 피하려면 계단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투숙객들이 무작정 소방구조용 승강기에 올라탔다.

다행히 큰불로 번지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당시 소방대원들은 소방구조용 승강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화재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소방구조용으로 지정된 승강기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건물 입주민들이 사용하다가 불이 나거나 응급 상황에서는 소방관들만 사용할 수 있는 승강기다.

건물 1층에 별도로 마련된 비상용 단추를 누르면 승강기는 즉시 1층으로 이동한다.

소방구조용 승강기 화재 때 소방관만 이용…"대부분 잘 몰라"
일반적인 승강기와는 달리 소방구조용 승강기는 별도의 열쇠를 꽂으면 원하는 층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승강기 문도 수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소방구조용 승강기는 신속하게 화재가 발생한 층까지 도착하고 환자를 이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시민이 대다수다.

한 소방대원은 "응급환자가 발생해 운행 중인 승강기의 비상용 단추를 눌렀는데 승강기에 타고 있다가 1층으로 되돌아온 시민이 항의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방대원은 "오인 신고일지라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면 소방구조용 승강기를 타고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며 "종종 '별일 아닌 거로 승강기 이용을 못 하게 한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르면 높이 31m를 초과하는 건축물이나 2007년 7월 이후에 지어진 10층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소방구조용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39만3천여대의 승강기 가운데 36%인 14만3천여대가 소방구조용 승강기로 이용할 수 있다.

인천 송도소방서 대응관리팀 관계자는 "평소 사용하는 승강기 중 일부를 소방구조용 승강기로 활용하다 보니 시민들 대부분이 잘 모른다"며 "화재 진화와 구조활동을 위해선 시민들이 소방구조용 승강기의 용도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