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서 화상으로 24시간 환자 모니터링…위급 땐 현장팀 즉각 대응
증상 발생부터 병원 이송까지 10분…"환자 있으니 와야죠" 의료진 헌신 더 빛나

"혹시 모르니 최대한 팔을 뻗어서 하시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나서는 격리 해제자들은 의료진이 퇴소를 축하하며 악수 대신 건네는 주먹 인사에 의료진 건강을 먼저 챙겼다.

[코로나19 원격의료] ③ 화상진료·모니터링으로 '신속·안전'…문경생활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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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떠나는 이들은 하나같이 함박웃음을 보이며 연신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말을 되뇌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마련된 대구·경북 제3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경증 환자 가운데 4명이 지난 12일 처음으로 격리에서 해제됐다.

이달 5일부터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받은 이곳에는 1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환자 106명이 생활 치료를 받고 있다.

일반 연수원 시설을 감염병 대응시설로 급히 바꾼 터라 어수선하긴 해도 의료진 및 시설지원 관계자들과 환자 생활공간이 완벽하게 분리된 상태였다.

[코로나19 원격의료] ③ 화상진료·모니터링으로 '신속·안전'…문경생활치료센터
화장실과 침대, TV가 있는 2·4인실 환자 거주공간은 4∼7층이고, 의료진은 1층에서 생활한다.

또 환자 출입구는 의료진 출입구와 100m 이상 떨어진 센터 건물 반대편에 있다.

양측 출입구가 연결된 건물 1층 내부는 육중한 방화문이 가로막고 있다.

덕분에 상황실에 있는 의료진과 시설관계자는 전신을 감싸는 방호복 대신 가벼운 옷차림에 마스크만 착용한 채 자유로웠다.

"환자에게 식사를 가져다드리거나 진료를 위해 대면할 때 빼고는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안전합니다"라며 한 의료진이 감염 걱정을 덜어줬다.

문경 서울대병원 생활치료센터는 다른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국내 처음으로 화상 원격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울대병원 본원 의료진이 화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위급상황에는 센터에 대기하는 의료진이 즉각 대처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원격의료] ③ 화상진료·모니터링으로 '신속·안전'…문경생활치료센터
현장에서 센터 실무를 총괄하는 정혜민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외과·예방의학 교수는 "간호사가 하루에 2번 화상으로 문진하고 이틀에 한 번 (서울대병원 본원) 의사가 화상으로 진료한다"고 했다.

또 "환자가 이상증세를 느끼면 언제든 화상 진료를 할 수 있기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며칠 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중증 환자가 발생하자 서울 본원 당직 의사들이 화상 진료로 환자 상태를 판단하고 전원을 지시해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이송한 적이 있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 안에 이뤄졌다고 한다.

[코로나19 원격의료] ③ 화상진료·모니터링으로 '신속·안전'…문경생활치료센터
생활치료센터장인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에는 환자와 의료진 간 격리가 중요하다"며 "서울에서 원격진료로 환자를 살피고 최소한의 인원이 현장에 대기하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본원의 대규모 의료진이 화상으로 종합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 많은 의료진이 대기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문경 센터에는 100여명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 50여명이 상주하지만, 의료진은 스무명이 안 된다.

진료와 현장 대응팀을 분리해 코로나19 환자 병상 운용에 효율성도 높아졌다.

기존에는 경증·중증 환자 구분이 어려워 모두 상급병원에 입원시키느라 병상이 부족했지만, 이곳에서는 격리된 개인 공간에 경증 환자를 다수 수용한 뒤 중증이 나타나면 즉시 상급병원으로 옮긴다.

문경센터의 효율성이 알려지면서 생활치료센터를 운용 중이거나 설치를 준비하는 대형병원에서 견학을 오는 발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원격의료] ③ 화상진료·모니터링으로 '신속·안전'…문경생활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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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센터가 새롭고 효율적인 시스템만 갖춘 건 아니었다.

이곳 의료진은 헌신은 더 빛을 발한다.

현대건설 서울 본사 의료팀에 근무하다가 자원했다는 이예원 간호사는 "어떤 사명감이 있어 온 건 아니에요.

그냥 환자가 있으니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왔어요"라고 했다.

이 간호사는 "사태를 접하고 회사에 문의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줬다"며 "회사나 개인이나 국가적 위기에 같은 마음인 것 같다"고도 했다.

센터 개소를 준비할 때부터 함께한 주보경 서울대병원 응급중환자실 간호사는 "심야에도 마른기침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호출에 맞춤 대응 체계가 메뉴얼화돼 있다"며 처음 시도한 원격진료 및 현장 대응 시스템의 효율성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오늘 격리 해제자들을 배웅하는 데 눈물 나게 좋았어요.

일이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고립된 상황을 견뎌주는 환자들에게 정말 감사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됐고 입가에는 아물기를 반복한 상처가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