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23% 등급전망 '부정적'
S&P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기업들, 코로나19에 취약"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2일 한국 기업들이 수출과 교역 의존도가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압력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박준홍 S&P 이사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 가운데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저하되는 곳이 많을 것이며 등급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현재 S&P가 등급을 부여한 한국 기업 가운데 23%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정유, 화학, 철강, 유통, 자동차, 항공, 전자 업종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은 여행, 레저, 항공"이라며 "인천국제공항 일별 이용객이 3월 들어 연간 평균치의 약 10∼20%인 약 2만명으로 감소해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 차질과 생산 중단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번 공급망 차질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간 판매량 2%에 달하는 12만 대 수준의 차량 생산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생산보다 더 큰 위험은 수요 감소"라며 "한국 기업들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고려하면 생산 감소보다 수요 감소가 실적,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다만 "우리가 등급을 부여한 한국 기업 대부분은 양호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수출 기업들은 원화 약세로 다소의 실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막대한 현금보유고와 보수적인 재무 정책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장기 전망에 대해 "전문가의 역학 모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올해 6월 전에 정점을 지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1%로 하락한 뒤 내년에 약 3.2%로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