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에 취약하고 코로나19 확진 시 확산 우려
코로나19 감염 위험 안고 병원으로…"혈액투석 환자는 어쩌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만성신부전 등 질환을 앓아 주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에도 꼭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혈액투석 환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충을 털어놨다.

한 누리꾼은 "외출하는 게 무섭다.

병원에 가는 게 생명을 잇기 위한 건지 생명을 버리러 가는 건지 모르겠다"며 "면역력이 낮은 우리는 감염 위험이 높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만성신부전 환자 보호자라고 밝힌 다른 누리꾼은 "몇 년째 혈액 투석을 하는 어머니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 갔는데 코로나19로 병실에 자리가 없는지 입원 치료가 안 된다고 한다"며 "어떻게 온 병원인데…"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중증장애를 앓는 혈액투석 환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글 게시자는 자신을 주 3회 인공신장실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중증장애인이라고 밝히며 "면역력이 낮은 혈액투석 환자 특성상 반드시 병원으로 이동해 의료진과 접촉을 해야 하고 병원을 다녀와도 가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가족과 의료진의 접촉이 많아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적었다.

이어 "혈액투석 환자는 반드시 병원에 가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메르스 때도 그렇고 아직 특별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투석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안고 병원으로…"혈액투석 환자는 어쩌나요"
이처럼 혈액투석 환자는 감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진 시 확산 우려가 크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김원 전북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전문의는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신부전, 급성신질환, 급성신손상 환자들은 면역력이 대부분 떨어져 있다"며 "일주일에 3번씩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들은 일반인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혈액투석실은 밀폐된 공간이며 한 번에 환자 20∼50명이 함께 투석을 받는다"며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많은 의료진과 가족 등이 격리되거나 '코호트 격리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장내과 전문의는 "혈액투석 환자들이 이 시기에 병원을 찾는 데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혈액투석실에 방역 장비와 음압시설을 갖추는 등 조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