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불안감…"사태 해결된 이후 보낼 것"
"불안해하느니 집에서" 유치원·어린이집 등록 취소하는 부모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모(35)씨는 우리 나이로 5세인 딸을 3월부터 사립유치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최근 등록을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해하느니 완전히 잠잠해질 때까지 집에서 돌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집에만 있던 아이가 처음 유치원에 가면 감기도 자주 걸리고 면역력이 약해진다고 하는데 코로나19까지 퍼지니 더 불안한 마음"이라며 "전업주부라 가정 양육이 가능하고, 요즘 같은 때는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일단 한 학기는 집에 데리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12일 학부모들과 보육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오는 22일까지 휴원하자 아예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록을 취소하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23일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운영을 재개해도 코로나19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안전하게 집에서 키우려는 생각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박모(36)씨도 7세 아이를 설 연휴 이후 유치원에 계속 보내지 않다가 지난달 말 아예 퇴소시켰다.

박씨는 "유치원에 가도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받는다는데 힘들 것 같아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며 "주변에 코로나19 때문에 퇴소시켰다는 엄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염모(30)씨도 16개월 딸을 올해부터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지만, 어린이집 대기를 취소하고 그냥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

염씨는 "신생아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뉴스가 나와 걱정돼 포기했다"며 "가정 어린이집은 빈자리가 많다고 해서 코로나 사태가 다 끝나면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도 '유치원 퇴소 고민하시는 맘 있나요?', '코로나 때문에 유치원 퇴소했어요' 등과 같은 제목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불안해하느니 집에서" 유치원·어린이집 등록 취소하는 부모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 재입학이 쉬운 사립유치원이나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거나, 올해 처음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 했던 부모들이 주로 퇴소를 고민하고 있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매달 15일까지 양육수당(월 10만원)을 신청해야 그달 양육수당이 지급되는 점을 강조하며 "15일 전에 입학을 취소하고 양육수당을 신청하라"는 조언도 돌고 있다.

사립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도 고민이 크다.

코로나19로 사실상 두 달가량 유치원 운영을 못 하는데 퇴소하는 아이들까지 늘어나고 있어서다.

관악구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정원이 94명인데 20명이 유치원 등록을 포기했다"며 "등록을 유지하는 학부모들에게서도 '교육비를 왜 내야 하느냐', '한 달만 쉬면 안 되냐' 등의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 월급도 줘야 하는데 운영하기 힘들다"며 "국가 지원금으로 충당하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턱도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