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콜센터, 노래방, PC방 등에 대해 영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소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래방·PC방 영업금지 검토한다는 박원순…'강제 폐쇄' 법적근거 논란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연 정례브리핑에서 “콜센터는 집단감염에 취약한 사무환경이므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설 폐쇄 명령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클럽·콜라텍과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은 밀폐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영업 특성상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들 사업장에 영업중단을 권고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영업중지 행정명령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4명이 같은 PC방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22세 여성 확진자가 지난 7일 오후 1시20분부터 세 시간 정도 삼육서울병원 버스정류장 근처 PC방에 머물렀는데 이 지역 다른 확진자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여러 차례 같은 PC방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PC방이 코로나19 확산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시장이 근거로 든 법률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 제47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 등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병 환자 등이 있는 장소와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됐다고 인정되는 장소에 대해 일시적 폐쇄가 가능하다. 또 같은 법률 제4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 등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등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즉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거나 밀접접촉자가 오갔다면 해당 사업장은 폐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데 예방 차원에서 폐쇄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또 이들 시설에 모이는 ‘여러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영업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한 자리씩 띄어 앉기 등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강제 폐쇄했을 경우 보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감염병 예방법에는 보상과 관련해 별도 규정은 없다. 하지만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영업을 강제로 막을 수 있는지를 놓고 소송 등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