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매출 1兆 찍으며 승승장구
중국발 공급과잉에 경기침체 겹쳐
작년 적자전환…경영악화 위기
울산 석유화학공단에 있는 카프로 황산공장. 카프로 제공

울산 석유화학공단에 있는 카프로 황산공장. 카프로 제공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제조회사인 카프로(대표 권용대·사진)가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정밀화학 소재 분야 사업에 진출한다.

울산 석유화학공단에 있는 카프로는 연산 10만t 규모의 고농도 황산 생산공장을 2022년까지 건립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황산공장에서 기존 1만t을 포함해 연간 총 11만t의 고농도 황산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연간 국내 시장 규모인 72만t의 16%를 차지한다. 회사 관계자는 “고농도 황산은 2차전지 양극재와 전해액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며 “고농도 황산 생산공장 건립을 통해 2차전지 소재 분야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 국내 유일 제조기업 카프로, 2차전지 소재 진출 '재도약'

카프로는 지난달 해외의 황산 전문 제조업체와 생산설비 기본설계 및 주요 기기장치 공급 등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일론 섬유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고 있는 카프로가 2차전지 소재 분야에 뛰어든 것은 고강도 경영개선 대책의 하나로 관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카프로는 국내 카프로락탐 수요 중 약 90%를 독점 공급하면서 2011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울산 석유화학 공장 중 알짜배기 회사로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중국의 거대 기업들이 대규모 카프로락탐 설비 신·증설에 나서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카프로는 지난해 4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4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이 회사는 계속되는 경영 악화 상황에서 지난 50년간 카프로락탐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황산공장을 신산업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카프로락탐 제조에 사용되는 황산 및 발연황산은 물론 슈퍼섬유로 불리는 고분자 아라미드 제조에 필요한 고농도 황산을 연간 1만t 생산하는 설비다.

권용대 대표는 “카프로는 황산 제조에 대한 고도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다”며 “2차전지 소재 분야 선진 기술을 융합하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부산물로 생산되는 유안비료(황산암모늄)를 원료로 반도체 전자회로기판(PCB)용 에칭(식각)과 합성수지 폴리머용 산화제, 표백제 등에 쓰이는 과황산염을 제조해 국내외에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과황산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내수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권 대표는 “2차전지와 반도체 분야 정밀화학소재 신사업 진출을 통해 어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적인 소재 전문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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