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발 후 시민단체 고발장 쇄도…"'검찰 만능주의'로 흐를까 우려"
검찰에 코로나19 수사요청 쇄도…일각선 '사법과잉' 우려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빠른 확산세를 보이자, 관련 범죄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에 쏟아지는 고발장을 두고 정치·행정 영역의 문제를 사정당국의 수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건 '사법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제출된 고발장은 수십건에 달한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빠르게 퍼지자, 여권에서는 신천지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즉시 강제수사를 통해 신천지 교단의 명단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방역 목적의 차원에서도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가 즉각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코로나19 수사요청 쇄도…일각선 '사법과잉' 우려도
코로나 19 사태를 해결하는 데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도 잇따랐다.

고발 행렬의 포문을 연 것은 서울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신천지 이만희 총 회장을 살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가 살인 혐의로 내세워 고발장을 제출하자 시민단체들도 연이어 고발장을 들고 서초동을 찾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살인 혐의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양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잇달아 고발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 19 확산세가 본격화한 이후 서울 서초동에는 진보·보수 시민단체들의 고발장 수십 개가 접수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방역을 둘러싸고 빚어진 여러 사회문제를 검찰 수사로 풀어 보려는 이 같은 시도가 형사사법 절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감염병 확산 문제는 행정 내지 정치 영역에서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인데도 검찰을 해결 주체로 내세우면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검찰 개혁과도 모순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발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고, 고발 행위 자체가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마냥 비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화와 협의로 가능한 부분까지 모두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현상은 '검찰 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검찰이 직접 강제수사에 나서라는 여권의 주문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추 장관은 부임 후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를 강조해왔다.

추 장관 부임 후 전국 검찰청에서는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 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방향의 직제개편이 이뤄지기도 했다.

최근 추 장관은 신천지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 등 구체적 수사 지휘를 검찰에 내린 게 적절했는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과도했던 검찰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겠다는 정부의 입장과 모순된 게 아닌지 등을 따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검찰에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감염법 위반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의문"이라며 "수사를 한다고 해도 경찰이 하면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