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량 폭증에 군인들까지 '총동원' 전시체제 방불
[르포] 밤에도 숨 가쁜 마스크 공장…한달 넘게 야근
"일손이 부족해 마스크 만드는 공장에 군인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인지 아시겠죠."
지난 5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의 한 마스크 제조 공장.
이 업체 김모(49) 이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하는 마스크 수요 때문에 제조 현장에 군인도 동원되고 있다며 급박한 공장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평소 같으면 모두 퇴근했을 시간이지만 1장의 마스크라도 더 만들기 위해 숨 가쁜 야간작업은 계속됐다.

1월 19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한 달 넘게 야간작업이 이어지는 이 공장에는 최근 군인까지 투입됐다.

그야말로 '총동원'이다.

반쯤 열린 철문 사이로 밝은 백열등 불빛과 기계 소리가 새어 나왔고 간혹 직원 두어 명이 정문 앞을 서성이며 막간 휴식을 취했다.

김 이사는 "생산량을 5만장에서 8만장으로 늘려 생산하고 있고 도매상들이 공장을 계속 찾아온다"며 "현장 상황이 워낙 바쁘고 정신없어 통화할 짬도 없다"고 토로했다.

[르포] 밤에도 숨 가쁜 마스크 공장…한달 넘게 야근
잠시 정문 앞에 나와 있던 한 납품 담당 직원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로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전에는 오후 6시쯤 퇴근했는데 요즘은 매일 오후 9시까지 근무하고 있다"는 말만 남기고 바삐 자리를 떴다.

평소 KF94 등급 일회용 마스크 5만∼6만장을 생산해온 이 업체는 코로나19 사태로 주문이 폭증한 1월 말부터 생산량을 8만장까지 늘렸다.

이틀 전부터는 육군 17사단에서도 간부 1명에 병사 6명 등 인력 7명을 차출해 공장으로 보냈다.

마치 전시체제에 돌입한 듯한 모습이다.

군인들은 공장이 문을 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라인에 투입돼 만들어진 마스크를 비닐과 박스에 넣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위생모와 장갑, 마스크 등 장비도 철저히 착용한다.

공장에는 마스크를 생산하는 3개 라인이 있는데 점심시간에도 라인별로 교대해 식사하는 등 쉼 없이 제작 공정을 가동 중이다.

육군수도군단 관계자는 "오전 10시 50분에서 11시까지 10분 정도 쉬고 1시간 정도 점심시간이 있다"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마스크를 직접 비닐과 박스에 넣는 작업을 군인들이 돕고 있다"고 지원 상황을 설명했다.

[르포] 밤에도 숨 가쁜 마스크 공장…한달 넘게 야근
군은 물론 경찰까지도 마스크 제조 현장에 나가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와 함께 현장의 마스크 해외 반출 등 위법 행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앞서 수출할 수 있는 마스크를 전체 생산량의 최대 10%로 제한하고 지난달 27일부터 생산량의 50%를 무조건 공적 판매해야 한다는 지침도 내려보냈다.

이달 5일부터는 공적판매 물량 비율을 전체 생산량의 50%에서 80%로 확대하기로 임시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이 업체의 경우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국내 사정을 감안해 이미 자체적으로 공적 판매율을 80%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그만큼 물량을 받지 못하게 된 거래처들 역시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이해했다고 한다.

해당 업체는 부천에서 35년째 보건용 마스크와 찜질팩 등 의약 외품을 제조·유통하는 업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부천시에 일회용 마스크 1천200장을 기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