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교황' 보고 토론하자" 가톨릭 위장 전도 광고 '들통'
천주교 유사종교대책위원장 이금재 신부 "연간 피해상담 100여건…늘어나는 추세"
교황까지 끌어들인 위장술…딱 걸린 유사종교의 마수
"'두 교황' 영화보고 교황님과 평화나눔 토론하기, 서촌으로 오세요"
작년 12월 31일 한 일간지에는 이런 문구를 제목으로 내건 광고가 실렸다.

광고 양쪽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밝게 웃는 사진이 실렸다.

광고는 "인류 평화를 실현하는 새로운 길을 서촌에서 열고자 합니다.

현실보다 200년이 늦은 기독교인으로서 빈부갈등 해결과 자연환경을 지키는 삶터나눔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고 소개했다.

이어 "행복경계로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삶터평화의 첫걸음을 서촌 한옥에서 '두 교황' 영화처럼, 꿈꾸듯이 토론, 실천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광고는 '교황님과 평화나눔 토론하기'를 검색하라는 안내도 곁들였다.

이 광고가 '교황'을 강조했기에 가톨릭 전도 광고처럼 보였지만 광고에는 실제 가톨릭에서는 잘 쓰지 않은 말이 많았다.

'4·3 근무제', '3+3+1 근무제', '삶터 교환제', '자연보호 탄소세' '세계평화 의무제' 등이다.

한국 천주교 유사종교대책위원회 위원장 이금재 신부는 당시 이 광고를 보고서 직감적으로 가톨릭 신자 누구도 낸 광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고 한다.

10년간 유사종교 피해 상담을 하며 쌓은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유사 종교는 참된 종교가 아닌데도 종교 흉내를 내는 단체를 말한다.

개신교에서 정통과 구분해 일컫는 이단(異端)과 다른 개념이다.

'사이비'(似而非·비슷하지만 근본이 다름) 종교라는 말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천주교는 대표적인 유사종교 집단으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꼽는다.

이금재 신부는 6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당시 교황님 문제여서 우리 내부에서는 이슈가 됐다"면서 "가톨릭 전체를 통틀어 '교황님과 평화나눔 토론회'라는 행사, 광고를 준비한 곳을 알아보니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톨릭이라는 외피를 쓰고서 유사종교 단체 활동을 하려다 덜미가 잡힌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가톨릭계 대학인 서강대에서는 한 무리가 청년 대상 프로그램을 연다며 학생들을 모집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심지어 가톨릭 신자들이 수련을 위해 가는 '피정의 집' 같은 시설을 빌려 모임을 가지려다 이를 의심한 시설 측의 신고로 무산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교황까지 끌어들인 위장술…딱 걸린 유사종교의 마수
과거 교계 언론 기사들을 보면 2010년대 중반 가톨릭 성직자로 위장한 이들이 성경공부, 연수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다 여러 교구에서 적발된 사례가 나타난다.

보도에는 이런 위장 포교를 벌인 이들로 신천지가 언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 원인으로 신천지가 지목되며 이금재 신부를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금재 신부는 "2017년부터 천주교 내에 유사종교 대책위원회를 꾸려 전국적으로 상담을 해 왔는데 연간 1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신천지와 관련해서는 점점 밝혀지는 것이 많다 보니 상담 건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19 사태로 그간 베일에 가린 신천지의 실체가 드러나 많은 이가 놀란 면도 있지만 좀 더 확실해진 것은 신천지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금재 신부는 정체를 숨기고서 잠재적 신도에게 접근하는 신천지 전도방식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그간 신천지나 개신교나 천주교가 다 같은 하느님을 믿는 거 아니냐고 여겼겠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신천지와 코로나 간 관계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신천지 실체를 알리는 공적 보도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금재 신부는 2001년 사제품을 받은 전주교구 소속 성직자다.

유사종교대책위원장과 함께 전주교구 가정사목국장, 전주 가톨릭 상담심리학회 부학회장 등도 맡고 있다.

작년에는 '신천지 팩트체크'라는 책을 내 주목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