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347명으로 대구에 이어 두 번째…특별관리구역 추가지정
사람 모인 곳은 선별진료소뿐…전통시장까지 썰렁한 경산시내
"옆집 사람 상태도 어떤지 알 수 없어 온종일 집에만 있을 수 밖에요."
경북 경산시 옥산동 한 아파트에 사는 서모(7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 봐 열흘 넘게 외출을 하지 못했다.

쓰레기를 내버리기 위해 아파트 앞마당에 있는 폐기물처리장에 몇 번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관절이 좋지 않지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계단을 이용했다.

엘리베이터처럼 밀폐 공간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꺼려져 서로 전화로만 안부를 묻는다고 했다.

5일 오전 기준으로 경산시 확진자 수는 347명이다.

대구를 빼고 전국에서 제일 많다.

이날에만 확진자가 59명이나 늘었다.

경북 전체 감염자의 40%가량이 경산 주민이다.

이처럼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주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5일은 경산 오일장이 서는 날이지만 시장 입구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시장 입구에는 철시한 노점상 것으로 보이는 물건더미가 줄지어 있기는 했으나 상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을 연 가게도 거의 없다.

시장통을 지나가는 사람도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는 관련 없는 듯 발길을 재촉했다.

문을 연 한 옷가게 주인은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손님이 한명도 안 왔다"며 "이런 상황이 조금만 더 계속되면 시장 상인 전부 밥 굶게 생겼다"고 넋두리했다.

경산시는 지난달 23일부터 공설시장 휴장을 결정했고, 언제 다시 시장을 열지는 정하지 않았다.

이에 휴장 안내 현수막에서 재개장 시기를 '종료시'라고만 표기했다.
사람 모인 곳은 선별진료소뿐…전통시장까지 썰렁한 경산시내
요즘 경산에서 사람이 찾는 곳은 보건소, 세명병원과 중앙병원 등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곳밖에 없다는 말도 주민 사이에서 돌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세명병원 진료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검사를 위해 찾는 사람 발길이 이어졌다.

남천 둔치, 남매지 등 평상시 산책하는 주민이 많은 곳도 얼마 전부터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시내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시내를 오가는 버스에도 겨우 몇 명 정도만 탄 상태였다.

외출을 삼간 주민들은 대신 지인과 전화나 문자로 정부와 경산시청의 코로나19 행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날 경산을 대구와 청도에 이어 감염병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한 것에도 '뒷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경산이 대구와 청도 사이에 끼어 있는 만큼 두 도시와 함께 감염병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지난달 말부터 요구했다.

또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산에도 대구·청도처럼 마스크를 공급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양읍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52)씨는 "정부와 보건당국이 경산을 직접 찾아 지역적 특성을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했더라면 대구에 이어 확진자가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그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외국인 유학생·근로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고, 대구와는 지하철·시내버스로 연결된 같은 생활권이라는 것을 무시한 채 초기 확진자 발생 수치만 보고 경산에 방역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람 모인 곳은 선별진료소뿐…전통시장까지 썰렁한 경산시내
다른 한 주민은 경북도와 경산시가 경북학숙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가 해제한 것에도 비판했다.

그는 "경북도 공무원이 한 번이라도 현장을 찾아 살폈다면 경북학숙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경북도는 진량읍 봉황길에 있는 경북학숙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날 지정을 철회했다.

이들은 경북학숙이 주변 수천가구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데다 근처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여러 곳 있어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모(49·백천동)씨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감염병특별관리구역 지정 및 경북학숙 생활치료센터 지정 철회 등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경북도 정책이 바뀐 만큼 경산도 하루빨리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사람 모인 곳은 선별진료소뿐…전통시장까지 썰렁한 경산시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