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확진자인데 돈 이체 안 하면 그 식당 찾아가겠다" 협박
마스크 사기 수법도 진화…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로 돈만 챙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커진 불안감을 노린 범죄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데 시민 불안감 노린 코로나19 악용 범죄까지 극성
지난 1일 경기도 시흥의 한 음식점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이 대구에 거주하는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5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음식점에 찾아가겠다고 하고는 계좌번호를 부르고 전화를 끊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음식점에 찾아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키겠다는 협박이었다.

이와 비슷한 전화는 이후 시흥 일대 음식점 등에 3통 더 걸려왔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나서 이들 음식점에 걸려온 휴대전화가 개통된 지역이 실제로 대구인 사실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장난삼아 코로나19 확진자 행세를 하다가 처벌받은 50대 남성도 있다.

A(55) 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 20분께 경기도 수원의 한 아웃렛 의류매장에서 점원에게 귤을 건네며 "코로나에요.

신천지에요"라고 속삭였다.

이 점원은 불안감에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돌아다닌다"라고 신고했고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 30분께 A 씨를 찾아 보건당국에 코로나19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A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었으며 신천지와도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장난 삼아 이런 일을 벌인 사실을 확인, A 씨에게 경범죄 처벌법 위반(불안감 조성) 혐의를 적용해 즉결심판에 넘길 예정이다.

즉결심판에 넘겨지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형을 받는다.

코로나19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진 올해 초부터 나타난 마스크 구매 관련 사기 범죄는 이제 그 수법이 다양해졌다.

초기에는 단순히 돈만 받고 마스크는 보내지 않는 단순한 수법의 사기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한국원적외선협회(KIFA) 인증마크를 위조하거나 저가 중국산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로 속여 파는 사기에 더해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를 이용한 사기 사건도 접수됐다.

가뜩이나 힘든데 시민 불안감 노린 코로나19 악용 범죄까지 극성
안전결제는 인터넷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구매자가 물건 대금을 안전결제 사이트에 송금하면,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는 구매자가 물품을 정상적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대금을 판매자에게 송금한다.

안전결제 사이트에 수수료를 내야 함에도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 경찰은 최근 유명 안전결제 사이트처럼 만든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를 내세워 마스크 대금만 받아 챙긴 일당을 검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붙잡힌 A 씨 등 2명은 마스크 등의 물품 판매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한 뒤 이 사이트에서 안내하는 자신들의 입금계좌로 구매대금만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57명에게서 3천123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향후 이와 비슷한 수법의 사기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 사기 피해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마스크 대란 사태와 맞물려 최근 잇따라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며 "모두 어려운 시기에 이처럼 불안감을 악용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