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러스라니, 중국을 전염병 만드는 나라로 멋대로 누명을 덮어씌우지 마라. 세계보건기구(WHO)도 여러 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현상이며, 발원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었다.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수 없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에 '바이러스 누명' 덮어씌우지 마라"

이쯤 되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코로나19 근원과 전파 경로를 분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한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입장이 확 변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넘어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그간 중국의 일부 전염병 전문가들이 우한발(發)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소위 감염병 전문가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중국을 꼭 발원지로 볼수 없다"고 강변했다. 양잔추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발원지가 여러 곳"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쩡광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는 "폐렴이 극성을 부리는 미국이 (코로나19)발원지 일수도 있다"는 식으로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중국 선전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올 겨울 독감으로 1만8000여명이 숨진 미국이 발원지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련의 상황을 연결해보면 한 편의 잘 짜여진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19 책임을 조직적으로 타국에 전가하려는 '코로나 공정(工程)'이라도 전개되는 듯 하다.

◆"고작 바이러스 하나로 전 세계에 사과할 필요 없다"

중국 언론의 적반하장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돼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 언론들은 잇따라 "중국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뉴스 포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에는 '중국 사과 불가론'을 강변하는 신문 기사와 칼럼이 넘쳐나고 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코로나19는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다. 중국은 코로나19라는 '자연 재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인력과 국가 재정을 쏟아부었다. 우한 시민들을 희생시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 중국은 전 세계에 확진자와 사망자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재난에 사과를 받으려고 집착하지 말라"며 "과거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 수많은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도 미국은 사과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사과할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연구로는 스페인 독감 진원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게 유력). "세계적인 재난에 중국의 사과를 받으려 하면 안 된다"는 게 중국 매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코로나19 발병지 한국說까지 등장

중국의 선전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달 24일 “한국 종교단체인 신천지가 2018년 우한에 신도들을 보내 100명 규모의 사무실을 여는 등 잠입을 시도했지만, 공안에 발각돼 강제 출국 조치를 당했다”며 우한의 코로나19 발병과 한국의 신천지를 연결하는 듯 한 기사를 냈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신천지 교인들이 지난 1월 우한에 방문했고 이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억지 주장들이 올라오고 있다. "신천지 교인들의 행적과 이동 경로를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 "코로나19 발원지가 한국일 수도 있으니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한국 정부는 "국민 탓"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일부 장관들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아픈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대응 논란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코로나19가 퍼진 주 원인을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야기했다. 박 장관은 또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해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발인 측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박 장관은 코로나19 감염자 및 확산 원인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우리 국민을 코로나19 숙주처럼 표현해 국가 위상마저 크게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인이 세계 각국에서 격리되고 봉쇄되고 있는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강 장관은 최근 한국발 입국제한을 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방역 능력이 없기에 취한 조치라는 취지의 말로 '한국 왕따설'을 반박했다. "통화를 한 여러 나라 외교 장관들의 얘기가 스스로 방역체계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에 그것을 투박하게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왕따를 당한다거나 이미지가 실추됐다거나 이런 부분은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이러니 중국 뉴스포털에는 "한국 정부가 코로나19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건 정치적 행위"라며 "실제로 한국 국민들은 중국보다 신천지 교주를 욕하고 있다"는 기사와 칼럼들이 확산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중국의 코로나 떠넘기기를 묵과하다가는 한국이 코로나 발병지라는 누명까지 덮어쓸 판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