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 메우는 영남대 감염내과 허지안 교수 인터뷰
업무시간 쪼개 나흘 동안 110명 넘게 전화상담 후 약 처방해 '퀵'으로 보내
"입원환자에 쓰는 약까지 처방"…자가격리자 전화상담 나선 교수
"할 수 있는데 까진 해야죠. 입원 환자에게 쓰는 약까지 처방하고 있습니다.

"
5일 대구 영남대병원 감염내과 허지안 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가격리된 확진자는 가족도 자가격리 대상자라 약 구하기가 어렵다"며 "전화로 진료하고 퀵서비스나 택배로 약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대병원 선별진료소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집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지난 2일부터 매일 전화를 돌려 약을 처방하고 있다.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다.

허 교수 스스로 업무시간을 쪼개 자진한 일로, 보건당국이 의료진 70명을 투입해 매일 두 차례 자가격리 중인 환자 상태를 전화로 확인하는 것과 별개다.

그가 나흘 동안 전화 상담한 환자는 110명이 넘는다.

허 교수는 "선별진료소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실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한 두 분 정도가 지난 1일부터 약을 원하셨다"며 "전화 진료로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 환자를 치료하며 틈틈이 환자들에게 전화한다고 했다.

첫날 전화를 다 돌리고 나니 저녁 11시 30분이었다.

그는 "대면 진료하듯이 전화 진료를 한다"며 "환자 상태부터 심리적인 이야기까지 든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허 교수가 자가격리된 확진자들에게 처방한 약은 다양하다.

환자 상태에 따라 기침·감기약부터 해열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등 감염학회가 코로나19 입원 치료 때 권하는 약을 처방하고 원내에서 조제해 전달하고 있다.

자가격리된 환자들에게 그는 "격리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며 "보건소 모니터 요원이 전화하면 반드시 증상에 대해 표현을 잘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 상황 자체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며 "기저질환이 있으면 폐렴으로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했다.

본래 전화 상담을 통한 약 처방은 금지돼 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1일부터 전화 상담으로 처방 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 전화 처방 및 원내 조제(의약 분업 예외 사유 코드 15)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의사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되면 저촉이 되지 않는다"며 "환자들이 모두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