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어기고 거리·상가 활보…'슈퍼 감염자' 우려
적발 시 감염병법 위반 고발·긴급 행정명령 등 강력 대처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이탈 막아라"…정부ㆍ지자체 '초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나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 중에 무단이탈해 시내를 활보하는 사례가 잦아 '슈퍼 감염자' 양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는 코로나19의 급속한 전국 확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 각 자치단체는 자가격리자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4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일 기준 집계한 전국의 자가격리자는 2만8천여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방역 당국의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몰래 외출해 사람을 만나고 쇼핑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버젓이 직장에 출근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 첫 확진자로 판정받은 20대 여성은 20일 오후 6시 50분께 자가격리 규칙을 어긴 채 동구 자양동 일대 생활용품 판매장과 우체국 등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13일부터 6일 동안 대구를 다녀온 이 여성은 18일부터 이미 열이 났으나 사흘 동안 시내버스와 택시 등을 수차례 이용해 시내 곳곳을 활보했다.

또 4일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국군의무학교 소속 50대 부사관은 소속 부대 지침을 어기고 거주지 인근 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경북 경주 14번 확진자(19·남)는 지난달 28일 경주 행정복지센터와 금융기관, 사진관 등을 돌아다녔다.

이 확진자는 이달 2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경북 안동에선 34세 시민이 자가격리 중 카페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신천지 신도 명단에 들어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다음 날 가게 문을 열어 손님을 받았으며, 영업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울산의 67세 주부는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은 뒤 일요일 교회에 새벽 기도를 하러 갔으나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집단감염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다행히 30여 명의 신도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 교인인 아내가 31번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대상이 된 경기 남양주의 70대 부부는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를 빠져나와 춘천을 거쳐 남양주에 있는 딸 집에 갔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이탈 막아라"…정부ㆍ지자체 '초비상'
이들은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남양주에 간 뒤 코로나19 확진 전 4일간 마트, 은행, 약국 등을 돌아다녔다.

광주광역시에선 지난달 25일 신천지 교인 A(31) 씨가 자가격리 중인 서구 쌍촌동에서 택시를 타고 수완지구로 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은 자가격리 중 주민센터를 방문했는가 하면, 개인병원의 한 간호사는 자가격리 사실을 숨긴 채 출근하다가 최종 양성 판정을 받는 등 자가 격리자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이 같은 자가격리자의 일탈에 대해 적극 대처키로 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다.

자가격리자가 대거 늘어나 행정력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격리자의 격리지침 자율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자가 격리자의 이탈 방지를 위해 지정된 위치를 벗어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대구·경북 지역부터 사용하키로 했다.

각 자치단체도 자가격리 위반자를 '감염병 예방ㆍ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긴급 행정명령을 통해 자가격리 수준을 '권고'에서 '강제'로 전환하는 등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다른 시도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유증상자가 외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확진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자가격리 수준을 권고에서 강제로 전환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영수 손상원 김도윤 장영은 심규석 고성식 강종구 이정훈 김준호 손대성 이우성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