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관련 상품들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치솟자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의 판매업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가격 단속에 나섰다.아마존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몇몇 판매업자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를 틈타 고의로 생필품 가격을 올려 팔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날 아마존의 미국 웹사이트에서는 3M 제작 20개들이 마스크 제품이 387달러(약 45만88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 달 전 가격인 15달러(약 1만7800원)에 비해 25배 넘게 뛰었다. 세정제 제조사 퓨렐의 24개들이 손 세정제 제품은 평소 가격인 10달러(약 1만2000원)에 비해 40배 높은 400달러(약 47만4200원)에 판매됐다.아마존은 판매업자들이 상품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이러한 문제로 100만 개가 넘는 상품의 판매를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시장 정보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4주간 미국에서 의료용 마스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 세정제 판매량은 73% 늘었다. CNN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마스크 등을 사재기하는 '패닉 쇼핑'에 나섰다"라고 전했다.한편, 아마존은 이날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본사 건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지난달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4일 오전 7시55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농협 하나로마트 관악농협본점 앞.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쌀쌀한 날씨지만 매장 앞에는 ‘공적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얼핏 봐도 150명 가까이 됐다. 전날 이 매장에서 판 마스크는 모두 750장. 1인당 다섯 장씩 모두 150명분이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자 기자와 같이 서 있던 시민 4명이 길게 늘어선 줄을 향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신호가 한 번 바뀐 사이 줄을 선 사람은 10여 명이 더 늘었다. 기자 뒤에 줄을 선 박모씨(62)는 “어제는 오전 9시에 와서 샀는데 오늘은 1시간 먼저 왔는데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오전 5시부터 번호표 기다려”이날 농협이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 지점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마스크 물량은 100만 장. 2일과 3일 각각 70만 장에서 30만 장이 더 늘었다. 하지만 시민의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오전 9시가 다가오자 하나로마트 관악농협본점 앞엔 7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줄을 섰다. 접이식 간이 의자를 들고나와 ‘장기전’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었지만 20대는 물론 가족 단위로 온 시민도 있었다.정모씨(20)는 “온라인에서 마스크 판매 사이트 10곳을 즐겨찾기로 등록해놓고 틈틈이 마스크를 찾았지만 사지 못했다”며 “스무 살 넘어서 대학교가 아니라 마트 앞에서 줄을 서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오전 5시에 줄을 섰다는 78세 이모 할아버지였다. 그는 “번호표를 빨리 받으러 일찍 나왔다”며 “그런데 언제 번호표를 주는지라도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오전 9시가 되자 다른 대기자들 사이에서도 “번호표를 왜 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나로마트 직원이 나와 “아직 마스크 수량이 확정되지 않아 번호표를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30분쯤 지난 뒤 이 직원은 “번호표를 자르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소리쳤다.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행인이 “아침부터 줄까지 서가면서 마스크를 사고 싶냐”며 힐난하듯 말하자, 줄을 서 있던 김모 할머니(70)는 “행인들과 버스 승객들이 쳐다봐 부끄럽다”며 “정부가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한 번도 경험 못 한 일들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남성 윤모씨(67)는 “21세기에 한국에서 마스크 산다고 시민들 줄을 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정말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오전 9시50분이 되자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나타나 현장을 통제했다. “480명분 물량이 확보됐다”는 직원 안내에 따라 최초 대기자가 줄을 선 지 4시간50여 분 만에 번호표 배부가 시작됐다. 번호표 배부는 15분 만에 끝났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가란 말이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날 이 매장에선 번호표를 가져온 사람에 한해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KF94 마스크 다섯 장을 6250원에 판매했다.번호표 배부가 끝난 뒤에도 하나로마트 내부는 여전히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 30여 명이 매장 내에 있는 약국 앞에 줄을 섰다. 직원이 와서 “약국엔 마스크가 소량 입고돼 줄을 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10~15초마다 마스크 구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어 다른 일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판매시간·판매물량 제각각일부 매장은 마스크 판매 시간이 달랐다. 서울축협월곡점은 오전 9시부터 마스크 330명분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시간을 오후 2시로 알고 뒤늦게 온 사람들은 허탕을 쳤다. 줄을 선 시민 일부가 “새치기를 한다”며 말다툼을 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 지점에선 번호표를 지급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인원을 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직원 수가 적은 매장은 오후 2시에 팔면 상품 배송 등 기존 업무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공적 마스크 공급처인 우체국에서도 시민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에 있는 퇴계원우체국에선 1인당 다섯 장씩 마스크 85명분을 판매했다. 88번째로 줄을 서 마스크를 못 산 이혜선 씨(42)는 “집에 자녀만 4명인데 마스크가 없다”며 “4시간을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가려니 너무 허탈하다”고 했다.이주현/남양주=배태웅 기자 deep@hankyung.com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지역 어린이집 1,328곳의 개원이 2주 미뤄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4일 오전 '코로나19대응 돌봄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3월 9일로 예정된 어린이집 개원을 2주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파 상황의 진행 여부에 따라 추가로 개원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개원 연기에 따라 시는 긴급 돌봄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부모의 확진이나 어린이집 폐쇄 등으로 자가 격리 중인 아동을 둔 가정 중 부모가 돌봄이 가능하고 가정양육 수당을 받지 않는 경우 1일 5만원의 별도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부모의 돌봄이 어려운 아동은 대구사회서비스원과 연계해 돌봄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집에서 격리가 불가능하고 돌봄가족이 없는 아동의 경우에는 대구시 산하 아동 청소년 시설 등 '코로나19 긴급 보호시설'에서 보호해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자가격리 대상이 아닌 일반 아동의 경우 평소 등원하던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어린이집 등에 당번 교사를 배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며, 이를 어길 경우 시정 운영정지 등의 행정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일시 폐쇄한 어린이집에는 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대체교사를 파견해 기존 어린이집과 동일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시는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집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를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 시내 어린이집은 1,328소로 보육교사와 부모들의 확진은 14명이다. 폐쇄된 어린이집이 14개소, 자가격리 대상 아동은 108명이다. 시는 어린이시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최초 감염이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3월 8일까지 2차례에 걸쳐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의 휴원을 연장한 바 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