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 비비며 운전해서 받은 월급이 고작 이겁니다.

손님 태울 때만 일한 거로 치겠다는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전북 전주의 한 택시회사에 다니는 송모 씨는 지난달 월급 명세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69만8천240원'
세금과 보험료 등을 공제한 것이지만, 한 달 동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매일 7시간씩 승객을 실어나른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송씨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거듭 명세서를 살폈지만, 종이 안에 적힌 숫자는 처음 읽었던 그대로였다.

"급여가 잘못 지급된 것 아니냐"고 따진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택시회사 측은 "실제 승객을 태운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계산해 급여를 지급한 것"이라고 했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빈 차' 상태로 운행한 것은 노동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송씨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손님을 태우려면 당연히 차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를 노동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택시기사를 하겠느냐"며 "이런 식이면 편의점에 손님이 없는 시간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황당한' 택시기사 월급, 69만여원…"손님 태운 시간만 계산"
한없이 초라한 월급 명세서를 받아든 택시기사는 송씨뿐만이 아니었다.

송씨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만 7명의 기사가 회사에서 월 할당액으로 정한 430만원을 벌어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손님을 태운 시간만 노동으로 계산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았다.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회사들은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 관리제(월급제)를 운용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되레 월 할당액을 정해 무리한 노동을 강요한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법 개정 이전 택시회사들이 운영한 사납금제는 매일 기사들이 12만∼15만원을 회사에 내지 못하면 전체 급여에서 이를 제하는 방식이어서 할당액을 채우기 위한 기사들의 무리한 경쟁으로 인한 사고와 과다 노동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사납금제가 폐지되고 월급제가 시행됐지만, 송씨의 경우처럼 일부 회사는 매일 내던 사납금을 매달 내는 형태로 바꿔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택시회사들이 시행하는 월급제는 사납금제와 유사한 변칙 사납금제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월 할당액을 채우지 못하면 징계를 할 수 있는 조항까지 만들어 월급제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사업주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노동부는 즉각 행정처분과 관련자 조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택시회사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자리에 없어서 답변이 불가능하다"며 "(계속 전화해도) 통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명을 거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