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이 4일 대구 동산동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의료진 식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삼계탕과 홍삼 제품, 방호복 안에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셔츠 등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이 4일 대구 동산동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의료진 식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삼계탕과 홍삼 제품, 방호복 안에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셔츠 등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대구에서 억수로 사랑을 받았으니 저희가 보답해야죠. 환자도 있지만 의사들이 힘들다 아입니까. 그분들 잘 무라고. 또 남으면 환자들도 갈라 드시라고 보내는 거죠.”

길거리에 사람을 찾기 힘든 대구에서 매일 아침 대구 각지의 보건소와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400~500개의 빵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빵장수단팥빵’ ‘빵장수꽈배기’ 등으로 알려진 대구 명물 제과점 피쉐프코리아 직원들이다.

빵을 전달하기로 한 건 오너셰프이자 창업자인 박기태 회장의 결정이다. 빵이 개당 2000원꼴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 80만~100만원어치를 기부하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회사 매출이 80% 감소했지만 평생 처음 겪는 ‘대구의 위기’에 뭔가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빵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 “외출 자제하자”

봉사·기부·온정이 내뿜는 '착한 바이러스'…대구는 더 성숙해졌다
코로나19로 사회시스템이 마비되는 위기 속에서도 대구의 시민의식은 빛나고 있다. 시민들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은 물론 외출 자제를 독려했다. 거리에 사람이 사라져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소비자와 임대인들이 돕고 있다.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 생존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을 돕는 사회복지단체를 향한 기부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여행과 모임을 취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시민 A씨는 “이번주에 괌으로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고민을 하다 취소했다”며 “대구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나와 가족이 일부 확진자처럼 ‘민폐’를 끼칠까봐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맘카페에도 “외출을 자제하고 양심적으로 행동하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생업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에 대한 도움도 늘고 있다. 우선 건물주들이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퍼지고 있다. 동성로상점가연합회에서는 양기환 회장이 이달 월세를 20~30% 감면하기로 결정하며 인근 건물주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대구맛집일보’ 페이지는 영업이 안 돼 식재료가 남아도는 가게들을 소개해 시민에게 싼값에 팔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페이지는 “지금 대구 동성로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며 “도움이 필요한 업주님들이 메시지를 주면 최선을 다해 알리고 돕겠다”고 밝혔다. 김치찌개, 막창 등 이 페이지가 소개한 식당의 음식들은 ‘완판’되고 있다.

대구 의료진 등에 기부 이어져

고군분투하는 대구 의료진에 대한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여행·관광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는 대구로 파견된 의료진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두 곳의 숙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대구시가 마련한 공중보건의 숙소가 부족해 공보의들이 직접 숙소를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청년들이 대구에 구슬땀을 흘리러 오는데 잘 곳이 없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듣고 숙소를 내놨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숙소를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청년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모인 청년희망공동체대구는 지난 1일부터 SNS를 통해 ‘1339 국민 성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복지 서비스 공백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콜센터 번호인 1339를 따 시민 한 명이 사회복지단체에 1339원을 기부한 뒤 지인 3명에게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SNS에서는 1만3390원이나 13만3900원을 기부하고 인증한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청년단체 대구청년정책네트워크 관계자는 “대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민들이 모여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감독 봉준호와 배우 손예진, 야구선수 이승엽과 양준혁 등 대구 출신 연예인과 운동선수들도 기부에 동참했다. 손씨는 “대구는 나고 자란 고향이자 부모님이 살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한 곳”이라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대구가 고향인 봉 감독도 1억원을 기부했다.

노유정/배태웅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