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3월 '개인택배 무료'…기사들은 수수료 수입 감소 우려
"과중한 업무량에 과로사할 지경…마스크 보급 등 방역대책도 부족"
대구경북 무료택배 폭증…택배기사는 과로에 급여손실까지 걱정
대구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는 요즘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쉴 틈 없이 배송업무를 한다.

이렇게 일해도 20%는 완료하지 못한다.

전에는 물량이 많으면 하루 최대 450여개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하루 700여개로 늘었다고 한다.

최근 배송량 급증은 CJ대한통운이 3월 한 달간 대구·경북지역으로 배송되거나 이 지역에서 발송하는 모든 개인 택배 이용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한 것이 큰 요인으로 해석된다.

일부 택배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대구·경북을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한 데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집에 칩거하며 택배로 생필품을 마련하는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물량이 40% 늘었다"며 "안 그래도 요즘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데 개인 택배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물량이 너무 늘어 다들 버거워한다"고 말했다.

4일 CJ대한통운 소속 대구·경북지역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이처럼 배송량이 폭증했지만 인력 보충 등 지원은 미비해 기사들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배송 건별 수수료가 기사 급여에 포함되는 택배업무 특성상 무료택배 시행으로 급여까지 줄어들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은 무료택배를 배송한 경우 배송료를 기본요금 4천원으로 책정해 기사들에게 건당 730원가량의 수수료를 월말에 일괄 정산하기로 했다.

문제는 평시였다면 배송료가 더 붙었어야 할 물품까지 무료 택배 범위에 포함되다 보니 기사들이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구의 한 CJ대한통운 사무소장은 "무료택배 상자 크기는 세 변의 합이 160㎝, 무게는 25㎏ 이하로 제한한다"며 "이 정도는 대형사이즈로 원래 동일지역 배송은 9천원, 타지역 배송은 1만원짜리"라고 말했다.

'일괄 4천원 처리' 지침이 일선에 제때 공지되지 않아 대구에서는 기사들이 무료택배에 해당하는 물품을 배송하고도 고객으로부터 배송비를 받아 가는 일도 벌어졌다.

한 주부는 "대구에 사시는 부모님이 우리 집에 택배를 보낸다고 했는데 운송장에는 0원으로 뜨더니 현장에서 박스당 5천원을 받아 갔다더라"며 "택배기사가 사무실에 전화해 물어보니 수수료가 기사들 월급으로 들어가는데 본사 지원이 없어 일단은 5천원씩 받으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구경북 무료택배 폭증…택배기사는 과로에 급여손실까지 걱정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 과로사로 죽겠다"는 비명이 나올 만큼 배송량은 폭증하고, 업무 성격상 사람과 접촉도 빈번하지만 마스크 보급 등 방역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기사들은 입을 모은다.

경북 김천의 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한 온라인 카페에 "마스크가 귀한 시기인데 택배기사들은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도 없다"며 "마스크 여유가 있으신 분은 구매 가격에 팔아주시면 기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

대구·경북에 공짜 택배 보내기보다 더 시급한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기업 이미지를 고려하고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만큼 기사들의 처우와 방역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특히 마스크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사들이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마스크가 구해지면 필수지역 위주로 보급하는데 대구·경북은 필수지역이지만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회사나 택배 기사들이나 코로나19 심각 단계에서 최대한의 방역 조치를 하고 있고, 많은 양의 택배를 모두 배송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