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자진출국 유도 지난달 230명 이상 출국신고, 3일 하루 200여명 몰려
"나 돌아갈래" 코로나19로 제주 中불법체류자 수백명 탈출 행렬
"나부터", "아니, 내가 먼저 왔잖아!"
3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탈출행렬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200여명이 몰려 서로 앞다퉈 자진해 출국하겠다는 신고서를 내려고 일부 몸싸움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많은 불법체류자가 몰려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둘러싸 마치 건물이 포위된 듯했다.

그간 꼭꼭 숨어 찾기 힘들었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제주를 빠져나가려고 대거 몰리고 있다.

법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자진 출국 불법 체류자들에게 입국 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등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한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경기가 침체해 일감이 줄어든 점도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귀국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날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고 온 중국인 A(41·여)씨는 지난 1년간 제주에서의 불법 체류 생활을 접고 고향인 중국 상춘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A씨는 "한국 코로나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도 내가 근무하는 제주시 연동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며 "고향에 있는 가족이 걱정을 많이 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들어 제주∼중국 행 비행기도 재개돼 주변 중국 지인과 함께 자진 출국 신청을 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섰다"며 "더 빨리 온 사람들은 새벽 2시에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1년째 불법 체류를 했다는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주 건설 현장 등에서 일거리가 없다"면서 "더 머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인들이 중국인을 보는 시선이 따갑기도 해 비행기 편이 나오는 대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 1만명가량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자진 출국을 유도한 이후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도내에 230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신고를 했고 54명이 출국했다.

176명은 현재 출국 대기 중이다.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출국 행렬이 늘고 있지만, 제주와 중국 직항 항공편은 춘추항공사밖에 없어 출국 대기자들만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자진 출국을 하려는 외국인에게 30일의 범위 내 출국 기한을 정해 출국명령서를 발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진 출국 신고 일시와 실제로 자진 출국하는 날짜는 차이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