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재수학원에 다니는 K씨(19)는 지난주 학원이 휴원해 집에서 공부하다 1주일 만인 2일 다시 학원에 나갔다. 학원이 휴원을 중단하고 이날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K씨는 “한 교실에서 50명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솔직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두렵다”면서도 “남들은 모두 공부하는데 나만 학원에 안 나오면 결국 수능 준비에 뒤처지는 셈이라 학원에 왔다”고 말했다.

1주일 쉰 학원가 속속 개원
교육부의 ‘권고’를 받고 지난 1주일 동안 휴원했던 학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휴원 장기화로 인한 환불과 월세 부담 등 금전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12개 재수학원(기숙학원 제외)을 운영하는 메가스터디는 2일부터 희망 학생에 한해 수업을 재개했다. 이날 수업엔 전체 학생의 90.8%가 출석했다. 메가스터디의 수업 재개는 자사 재수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5~28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67.8%가 ‘등원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학원 의견을 따르겠다’는 학생이 23.2%였고, 등원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은 9%에 불과했다.

서울 대치동의 M수학 학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M수학학원 관계자는 “‘더 이상 공부를 미룰 수 없다’며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모와 일부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쳤다”며 “다른 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선 학원의 휴원 중단 움직임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와 학원이 모두 쉬어도 아이는 어차피 집에서 공부가 안 된다고 카페에 가더라”며 “(학업에) 중요한 시기인데 차라리 학원에 다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재수생 L씨는 “학원은 종교시설만큼 학생들이 밀집해 활동하는 곳”이라며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수백 명이 감염될 텐데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 문을 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여전히 학원의 휴원을 ‘강력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규모 학원들은 “학원도 자영업인데, 생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학생들을 속속 불러모으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학원의 휴원을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