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에 월세 부담 눈덩이 "상황 오래가면 못 버틴다" 한숨
대책 없고 끝도 안 보인다…소비심리·경기전망 최악
"손님이 와야 팔든지 하죠" 코로나19에 손 놓은 자영업자들

"손님이 와야 팔든지 하죠. 종일 구경하러 오는 사람 하나 없네요.

"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는 김미영(가명)씨는 2일 지난달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평소에는 구경하는 손님이라도 하루 4∼5명은 찾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마저도 없단다.

가게 주변에는 상가가 많아 평소 사람이 붐볐는데 지금은 시민이 아예 외출을 꺼리면서 길거리마저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썰렁하다.

김씨는 "1년 전 수천만원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열고 그럭저럭 운영했는데 지난 두 달 동안은 매출이 거의 없어 대출 이자와 월세 부담으로 피가 마를 지경이다"고 말했다.

범어동에서 쌀국수 가게를 하는 이모 씨는 문을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한다.

올해 들어 하루건너 문을 닫고 열 때도 영업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이씨는 "월세가 70만원인데 이번 달도 문제지만 상황이 오래가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지인 중에는 시내 중심가에서 수백만원 월세를 주고 영업하는데 당장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걱정했다.

또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자금 지원을 해 준다지만 이것도 빚"이라며 "대출을 받으려고 하다가도 순서가 돌아올지 의문이 들어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인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손님이 와야 팔든지 하죠" 코로나19에 손 놓은 자영업자들

이날 수성구 시지동 최대 재래시장인 신매시장은 사람으로 북적여야 할 점심 무렵에도 골목마다 인적이 드물어 스산하기까지 했다.

대부분 상가가 혹시 올지도 모를 손님 때문에 문을 닫지도 못한 채 물건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시장은 외지 상인까지 가세해 목요일마다 성시를 이루는 목요 장터도 지난달 27일에 이어 오는 5일에도 열지 않는다.

반찬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지인이 많이 오는 목요 장터를 열지 않아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며 "그나마 외출을 하지 않는 시민이 많아 반찬이나 식료품 가게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다른 가게는 너무 어렵다"고 전했다.

"손님이 와야 팔든지 하죠" 코로나19에 손 놓은 자영업자들

코로나19 확진자가 3천명을 넘어선 대구에 자영업자와 상인들 이런 분위기는 얼어붙은 지역 소비심리에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조사한 2월 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8로 1월(97.6)보다 4.8포인트나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1월까지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가 2월에는 여행비와 외식비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국 평균(96.9)보다도 4.1포인트나 낮다.

특히 여행비는 전월보다 10포인트, 외식비는 5포인트, 오락·문화비 지출은 4포인트나 떨어져 대구가 처한 경제 위기를 실감케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조사한 3월 경기전망지수(SBHI)도 67.3으로 전월(73.4)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

대구는 65.3으로 전월(72.1)보다 6.8포인트, 경북은 70.1로 전월(75.2)보다 5.1포인트 떨어졌다.

중기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생산, 원자재 조달 사정, 내수판매, 경상이익, 자금 조달 사정, 수출 등 대부분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와야 팔든지 하죠" 코로나19에 손 놓은 자영업자들

섬유업체 대표인 이모 씨는 "가뜩이나 안 좋은 경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올해는 공장 가동을 포기했다"며 "아무 대책이 없고 끝도 안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구 대명동에서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는 김순애씨는 "개학을 미뤄 집에만 있을 아이들이 얼마나 답답할지가 가장 걱정"이라며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생각하면 그런 말도 못 하고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기만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