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화상회의는 적응 필요…"마음 편해 업무 집중도 높아졌다" 평가도
감염병 사태 계기 '재택근무 실험'…"어색함 반, 새로움 반"
인터넷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최모(37)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재택근무를 한다.

집에서 '알아서' 일한 뒤 그날 업무 시간과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팀장에게 보낸다.

집에서 작은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답답한 점도 없지 않지만,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사무실에서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마음은 놓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처럼 재택근무에 들어간 기업이 늘고 있다.

지금은 재택근무가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에 편중되고, 갑작스러운 시작에 아직 적응이 필요하지만 이참에 사무실로 정시 출근하는 업무 방식을 바꿔보려는 시도도 나온다.

이주은(27)씨가 재직 중인 소셜커머스 업체는 지난달 25일부터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도 일이 제대로 될까 싶었지만, 시간대별 업무보고서를 작성하고 온라인 메신저를 쓰니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높아진 느낌이라고 한다.

한 주 동안 재택근무를 해본 이씨는 "며칠 전만 해도 기침 소리나 작은 발열에도 다들 민감하게 반응해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일단 정신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집에서 가능해 늦은 시간 퇴근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메신저로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아 생각을 공유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고 한다.

이씨는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퇴사율도 낮아지고 효율적인 업무가 진행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근무일 일부를 재택근무로 시행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감염병 사태 계기 '재택근무 실험'…"어색함 반, 새로움 반"
김모(25)씨가 다니는 광고대행사는 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지난 사실이 확인된 뒤로 전 사원에게 재택근무 지시를 내렸다.

김씨는 "불필요한 야근이나 눈치 보는 시간이 줄어들어 업무 효율이 더 높아졌다"며 "팀원들과 수시로 하던 대면 미팅이 어렵고 집에는 듀얼 모니터도 없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올해 아빠가 된 직장인 조모(38)씨는 재택근무와 육아를 병행한 지 일주일이 됐다.

그는 "아이를 돌보니 출근 시간이 더 빨라진 기분"이라면서 "(재택근무가)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정착된다면 육아나 집안일을 함께 할 수 있어 장점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기왕 시작한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 방식 변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IT업체에 재직 중인 신모(30)씨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이유지만 회사는 사내 시스템에 먼저 재택근무 솔루션을 직접 도입해보자는 목적도 갖고 있다"고 했다.

신씨의 회사에서는 경영지원·영업 파트 일부 직원이 회사로 출근하지만, 대다수는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회사 컴퓨터를 집에서 구동하고 화상으로 회의한다.

큰 불편함은 없다고 한다.

서울의 한 문화기획사 팀장 정모(32)씨도 "예전부터 재택근무를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한편으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며 "재택근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주 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음질이 생각 이상으로 괜찮아 팀원 모두 놀랐다"며 "원격으로 함께 문서를 작성하고 일정을 공유하는 것도 활용 폭을 늘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재택근무는 해야겠는데 막막한 기업과 직장인들을 위해 도움을 제공하는 곳도 나왔다.

한 디자인기업은 자체적으로 활용해온 재택근무 세부 가이드북을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가이드북은 ▲ 업무시간과 비업무시간을 가능한 한 엄격하게 구분해 일과 삶의 균형 유지하기 ▲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빠르게 응답하기 어려우면 바로 동료에게 연락하기 등 재택근무의 기본 원칙을 소개한다.

원격 협업용 프로그램들의 활용법과 화상회의 효율을 높이는 웹캠 브랜드도 안내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