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왁자지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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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예비부부들이 잇따라 결혼식을 연기하고 있다. 전국에서 하객들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물론 결혼식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사례까지 나와 감염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결혼식 일정을 연기하거나 최소 하객 수를 변경할 경우 예식장마다 위약금 지불 정책이 달라 예비 부부들은 해당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정부가 위약금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집단 감염 우려로 "하객 모시기 죄송"

다음달 대구시 동구 퀸벨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예비신부 전 모씨는 9월로 일정을 미뤘다. 31번 확진자가 지난 15일 이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고, 같은 뷔페에 방문한 30대 부부와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였다. 전씨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이라 무리해 결혼식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속상하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인해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연기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글쓴이는 "지난 주말에 대구에서 결혼을 할 예정이었지만 신부가 임산부인 데다 현재 시점에서 아내 가족들을 대구로 모시는 게 죄송스러워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예비신부라는 다른 글쓴이도 "오는 주말에 경기도 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으나 못 온다고 전화하는 하객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최근 결혼식장에서 부부와 하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을 보고나니 결혼식을 미루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연기하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은 예상 하객 수인 최소보증인원 규모를 줄였다. 한 글쓴이는 "이전에 최소보증인원을 250명으로 잡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예식장 측과 상의해 200명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결혼식은 물론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거나 격리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신혼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8일 오전 9시 기준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나라는 총 52개국이다. 최근 신혼부부들이 갑작스럽게 입국 보류 판정을 받고 격리된 모리셔스 외에도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몰디브, 프랑스령 폴리네시아(타히티) 등으로 입국이 제한되면서 신혼여행이 취소됐다.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B씨는 "4월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이었다가 미루기로 했다"며 "한국발 여행객 상당수 입국 금지라는 기사가 떴는데 여행사에서 '몰디브가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를 입국금지한 것'이라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위약금만 수백만원...정부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정부도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가급적 식사를 제공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지난 23일 대구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하며 "밀폐된 실내에서 다수가 밀집한 상태로 모이는 것은 피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감염사례를 보면 식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높은 편인 만큼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의 피치 못할 행사를 하더라도 가급적 식사는 제공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나서서 주의를 당부했지만, 결혼식 규모를 축소하려는 예비부부들은 예식장 측에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예식장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지침도 제각각이다. 확진자가 나온 퀸벨호텔 관계자는 "예식 날짜가 임박한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연기를 원하면 가능한 한 위약금 없이 조정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음달 예정된 결혼식을 연기해야 할 지 고민이라는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은 "코로나19 때문인데도 예식장 측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계약서상 '개인의 변심' 사유에 해당돼 위약금인 식대의 35%를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예식장은 아직 음식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370만원가량 위약금으로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 관련 지침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을 연기하는데 위약금이 너무 많다'는 청원글이 10건가량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3월 첫째 주에 있는 결혼식을 취소하려고 했더니 예식장에서 위약금으로 600만원을 물어내라고 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을 진행했다가 더 많은 감염자가 나올 수 있고, 무증상 감염자도 참석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를 해줬으면 한다"고 올렸다.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도 "코로나19 관련 결혼식장과 돌잔치 위약금이 너무 큰데 예식장 측은 정부에서 공문을 보낸 게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한다"며 "정부에서 예비부부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올라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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