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 입은 자영업자들 "큰 힘 돼요"
"고통 나눠요" 대전·세종·충남서 착한 임대료 확산(종합2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건물주'들이 26일 대전·충남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 기산동 자신의 건물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규명(59)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2층 세입자에게 계약한 임대료의 절반인 100만원만 받기로 했다.

오씨가 운영하는 식당도 손님이 급감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젊은 레스토랑 사장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재작년 건물을 짓기 전까지 오랜 기간 임차인이었기에 세입자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오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세를 살아본 입장에서 아들 같은 사장님의 어려움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느냐"며 "같이 잘 살아야지, 혼자만 잘살자고 임대료를 다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전 대덕구 중리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도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손님이 90%나 줄었다.

매출이 급감해 근심하던 A씨에게 최근 건물주가 찾아와 이번 달 임대료를 계약 금액의 70%만 입금하라고 했다.

건물주 역시 같은 건물 1층에서 자영업을 해 타격을 입었지만, 세입자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건물주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큰일을 한 것도 아니고 임대료를 아주 조금 깎아줬을 뿐"이라며 "어렵지만, 같이 조금만 더 견뎌보자는 의미에서 한 일"이라고 전했다.

대전 중구 은행동 건물주들도 고통 분담에 나섰다.

2017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를 3년간 동결하기로 했던 옛 제일극장 거리 은행동 상가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이 이번에는 임대료를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건물주 12명이 동참해 임대료를 10∼40% 인하하기로 했다.

봉선종 상가발전협의회 부회장은 "임대료 동결 후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아 다시 뭉치게 됐다"며 "세입자들이 무너지는 사태를 막아야 은행동 거리가 앞으로도 상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건물주들이 먼저 나섰다"고 말했다.

세종시 대평동 한 아파트 상가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금교민(30)씨도 지난 24일 건물주로부터 계약한 임대료에서 100만원 인하해 200만원만 내도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금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사가 너무 안돼 카드론 대출까지 받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세종시민들이 모인 맘카페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판매 홍보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천군도 전통시장 임대료를 6개월간 30% 감면하기로 하는 등 착한 임대료가 대전·충남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세입자 A씨는 "장사가 안돼 일부러 문을 닫아두기도 하는 어려운 날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건물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며 "우리 지역에서도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는 건물주들이 많아져 세입자들에게 힘이 돼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