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신천지예수교회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중국인 입국을 제때 막지 않은 정부와 감염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신천지 측에 대한 책임을 법원이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폭증'…국가·신천지 상대 집단소송 나오나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사망한 80번 환자의 유족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메르스로 사망한 104번 환자의 유족은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판례 모두 국가의 과실을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유족의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지급에 관해서만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이나 피해자 측이 피고 측(정부 또는 신천지로 예상) 과실과 감염 간 인과관계를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국내 거주 중국인에 의해 감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정부가 일부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채명성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 중국인 입국 전면 차단 경고를 여섯 차례나 외면했다”며 “한 달 전 다른 국가들의 중국인 입국 통제 사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정부는 당연히 취할 선제적 조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으로선 중국인 입국과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낼 증거가 부족한 상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이 코로나19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에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순 있어도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보다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을 촉발한 신천지 측에 대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월호 국가배상 소송을 담당했던 홍지백 변호사는 “코로나19 확진을 촉발한 신천지 측은 사건 초기 명단 및 동선 공개에 관한 당국의 협조 요청에 미온적이었다”며 “신천지의 이런 대응이 일부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됐다면 ‘과실치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