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기장 감지능력 무력화…태양 흑점 많을 때 두 배 발생

고래 길 잃고 해변 쓸려오는 것은 태양 폭풍 영향
고래가 길을 잃고 해변에 밀려오는 것은 태양 폭풍이 고래의 자기장 감지 능력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에너지 하전 입자를 쏟아내는 태양 폭풍이 통신위성 장애나 정전을 넘어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고 위치를 확인하며 연간 1만㎞가 넘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고래의 자기 수용체까지 교란한다는 것이다.

생물·의학분야 학술지를 발간해온 '셀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듀크대학 생물학 박사과정 연구원 제시 그레인저가 이끄는 연구팀은 태양 흑점이 많을 때 고래가 길을 잃고 뭍에 갇히는 사례가 많은 점을 통해 이런 결론을 끌어내고 관련 논문을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지난 31년간 수집한 귀신고래 186마리의 해변 좌초 사례를 시기와 장소별로 분류하고 태양 활동 자료와 비교했다.

'쇠고래'로도 알려진 귀신고래는 북극해역에서 멕시코만까지 왕복하는, 약 2만2천㎞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고래종으로 꼽혀 분석 대상이 됐다.

항법 장애로 길을 잃은 사례만 분석하기 위해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는 제외됐다.

그 결과, 태양 흑점이 많은 날에 귀신고래가 길을 잃은 사례가 평일의 2.3배에 달했다.

태양 광구에 나타나는 검은 반점인 흑점은 11년 주기로 증감하며, 폭발할 때 고에너지 입자를 방출하는 태양 폭풍을 일으킨다.

고래 길 잃고 해변 쓸려오는 것은 태양 폭풍 영향
또 태양 폭풍은 많은 양의 무선주파수(RF) 잡음을 일으키고 이는 자기 방향을 교란할 수 있는데, RF 잡음이 심한 날에 고래가 길을 잃는 사례가 평일의 4.3배에 달했다.

그러나 지구 자기장의 이탈 정도를 나타내는 'Ap 지수'가 높은 날에는 고래가 길을 잃고 좌초하는 사례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고래가 길을 잃는 원인이 지구 자기장의 변화보다는 고래의 자기 수용체(magnetoreceptive) 교란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레인저 연구원은 한 과학전문 매체와의 회견에서 고래가 태양 폭풍이 있을 때 더 많이 길을 잃는 것은 내부의 GPS가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아예 꺼지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태양 활동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고래의 능력을 끄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군의 중(中) 주파수 소나처럼 고래의 항법 능력을 교란하는 것이 여러가지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해양동물 보호 관계자들이 길을 잃고 해변으로 쓸려오는 고래를 구조하기 위해 언제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귀신고래에서 확인된 자기장 감지 능력과 태양 폭풍의 상관관계가 다른 고래종에서도 일반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