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 끊기고 주변 목욕탕 줄줄이 휴업…"사스·메르스 때보다 심각"
[르포] "나흘째 10원 한 푼 못 벌었다"…대구 전통시장에 '코로나 쇼크'
"장사를 10년 넘게 했지만, 손님이 완전히 발길을 끊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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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 전통시장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24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은 썰렁하다 못해 냉기가 흘렀다.

대구역에서 가까운 데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대형마트 등이 있어 평소 유동인구가 많고 손님이 북적인 곳이지만, 이날은 상인 외에 오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18일부터 손님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르포] "나흘째 10원 한 푼 못 벌었다"…대구 전통시장에 '코로나 쇼크'
주방용품을 파는 김모(54)씨는 "이 시간이면 도소매 손님이 몰리기 마련인데 발길이 뚝 끊겼다"며 "소매 손님은 아예 전멸이다"고 말했다.

제빙기와 커피머신 등을 취급하는 한모(56)씨는 "지난주부터 찾아오는 고객이 거의 없다"며 "문의 전화도 50% 이상 줄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 식당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돼지갈빗집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나흘째 10원 한 푼 못 벌었다"며 "월세는 110만원씩 꼬박꼬박 내야 하는데 뭐 먹고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 분식점 등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임모(55)씨는 "(코로나로 인한 대인기피로) 거래처 10곳 중 7∼8곳이 문을 닫았다"며 "확진 환자가 크게 늘기 시작한 20일부터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르포] "나흘째 10원 한 푼 못 벌었다"…대구 전통시장에 '코로나 쇼크'
시장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이들을 상대하는 목욕탕도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다.

시장 부근 목욕탕 업주는 "적자영업을 할 수 없어 21일부터 문을 닫고 놀고 있다"며 "동료 업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고용 축소를 고려하는 업주도 있다.

한 운동용품 업주는 "정말이지 손님이 한 사람도 오지 않는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직원 몇 명을 그만두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깨 전문 도소매 업주 최모(75) 씨는 "못해도 하루 20∼30명이 가게를 찾는데 오전 내내 1명에게 1만2천원어치를 팔았다"며 "손님이 많은 편인 우리 가게가 이런데 다른 곳은 훨씬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대구에서 손꼽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초유의 상황에 멍하니 일손을 놓고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