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한·일 경제전쟁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올 상반기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코로나19로 항공 수요 급감지난주까지 발표한 실적을 종합하면 지난해 항공사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국내 주요 항공사 8개 중 유일하게 흑자(2908억원)를 낸 대한항공도 영업이익이 2018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6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전년에 비해 10배가량 늘었다.6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LCC업계 맏형 격인 제주항공은 34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최근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올해도 항공 업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13일 국내 항공사를 이용한 탑승객은 282만3337명(국내·국제선 포함)으로 지난해(455만2025명)보다 37%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일본 노선을 줄이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선을 늘린 LCC들이 타격을 입었다. LCC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노선 탑승률이 평균 90%대였지만 올해는 반토막이 났다”며 “비행기를 띄우는 것보다 차라리 주기장에 세워두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올해 중·장거리 노선 개척과 신기재 도입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던 항공사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남아, 대양주, 대만, 홍콩, 마카오까지 (피해는) 더 어마어마하다”며 “상반기에는 신기재 도입이 아니라 반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티웨이는 올해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를 새롭게 도입하고 신규 취항지를 개발할 계획이었다.○“1분기 내 안정돼야 실적 반등”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1분기 안에 진정돼야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정 시점에 따라 위축된 여객 수요가 언제부터 되살아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보면 감염병이 확산한 지 4~5개월 후 여객 수송량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1분기 내 사태가 완화된다면 하반기에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화물 사업 실적도 코로나19 진정 시점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춘제(설) 연휴 확대와 교통·물류 차질로 제조업체들의 조업 정상화가 지연됨에 따라 항공 화물 수요도 단기적으로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항공업계 구조조정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약한 LCC 업체가 추가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추가로 매물이 나와도 인수자가 마땅치 않으면 아예 청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하면서 국내 항공·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일본(‘노 재팬’ 운동)에 이어 올 들어 중국 노선 운항까지 사실상 끊기면서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LCC) 중 네 곳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가는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여행사들도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11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6개 LCC를 이용한 여객은 100만884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164만5970명)보다 39% 줄었다.200석 이하 항공기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들은 지난해 일본 노선을 놓치며 대거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원 영업적자를 냈다고 이날 발표했다. 티웨이항공(-192억원) 진에어(-491억원) 에어부산(-500억원 추정) 등도 줄줄이 적자 전환했다. 2018년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이들 4개 상장 LCC가 지난해 15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것이다.LCC들은 올 들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눈을 돌려 실적 개선을 노렸지만, 우한 폐렴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제주를 오가는 여객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비행기를 띄울 곳이 없어졌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은 직원들에게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의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레드캡투어 등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日 이어 中 하늘길 대거 닫혀…LCC "비행기 띄울 곳이 없다"'우한 폐렴' 쇼크 탑승객 40% 급감…최악의 경영위기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베트남 다낭으로 향하는 한 저비용항공사(LCC)의 좌석이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200여 석 중 탑승객이 앉은 좌석은 절반도 안 됐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탑승률이 47%”라고 했다. 그는 “통상 1~2월은 동남아시아 여행의 성수기”라며 “지난해 2월 이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97%로, 모든 항공편이 만석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국내 LCC를 덮쳤다. 지난해 한·일 경제전쟁에 따른 ‘노(no)재팬’ 운동 여파로 시련을 겪었던 LCC들이 올 들어선 우한 폐렴 사태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다.“더 이상 갈 데가 없다”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들은 지난해 일본 노선을 대폭 줄여야 했다. 지난해 하반기 노재팬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국내 6개 LCC의 일본 노선 운항 횟수는 지난해 6월 말 주당 1260회에서 12월 말엔 658회로 반 토막 났다. LCC업계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이 많이 찾는 삿포로 가고시마 다카마쓰 등의 노선이 폐지되거나 감편됐다”고 말했다.LCC들은 일본 노선에 투입된 비행기를 중국이나 대만 등지로 돌렸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 노선도 대거 끊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8곳(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포함)의 중국 운항 횟수는 올 1월 초 주 546회에서 지난 9일 주 162회로 70% 급감했다.일본, 중국에 이어 마지막 대안이었던 동남아 노선까지 사실상 막히면서 LCC들은 비행기를 띄울 곳이 없어졌다. 해외 여행객이 급감한 가운데 정부는 이날 중국 외에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등지로의 여행과 방문을 최소화해달라는 권고문을 발표했다.LCC들은 가까운 곳을 자주 왕복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LCC들이 보유한 항공기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한국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이 말레이시아 정도다.“올해는 살아남는 게 목표”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최근 상황에 대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남아, 대양주, 대만, 홍콩, 마카오까지 (피해 영향이) 더 어마어마하다”며 “어디를 갈까 둘러봐도 갈 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토로했다. LCC들이 빈 좌석을 하나라도 채우기 위해 편도 3000원짜리 김포~제주 특가 항공권을 내놓는 이유다.비행기를 놀리는 LCC도 속출하고 있다. 한 LCC 대표는 “비행기를 운항하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주기료(자동차의 주차료에 해당)까지 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3~6시간 이상 비행기를 공항에 세워두면 주기료를 물린다.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좋을 리 없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4개 상장 LCC는 지난해 1500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봤다. 2018년에는 이들 4개 LCC가 23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실질적인 지원책 필요”LCC들은 올해 상황이 최악으로 여겨졌던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4개 LCC는 올 들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회사마다 최소 한 달부터 직원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인건비라도 줄여보기 위한 몸부림이다.정부도 나섰지만 별 도움은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내 항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항공업계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김 장관과 항공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2017년 장관 취임 후 처음이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항공사들의 한·중 운수권(노선 운항권리)을 연장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항공사 CEO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우한 폐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운수권 연장보다는 비행기를 세워둘 때 내는 비용을 감면해주고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
인천 출발 동남아 노선(가오슝·세부) 평균 탑승률 84% 기록오는 3월 차세대 항공기 도입으로 노선 경쟁력 강화... 단독 중거리 노선 개척에어부산(사장 한태근)은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첫 취항 이후 현재까지 인천 출발 동남아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84% 수준을 보이며 순항 중이라고 21일 밝혔다.에어부산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및 수요층 확대를 위해 지난해 11월 12일 인천-닝보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첫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선전,청두,세부,가오슝 노선에 잇달아 취항했다. 현재 중국·필리핀·대만 등 총 3개국 5도시를 운항,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지난 5월 배분 받은 중국 운수권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에어부산은 인천-세부,인천-가오슝 노선은 낮 시간대로 항공편이 편성돼 여행객들의 여정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부산 출발 노선과 연계 이용도 가능해 평균 84% 수준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에어부산 단독 노선인 인천-닝보 노선도 중국 인바운드 관광객의 인기로 80% 중반대의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일 신규 취항한 인천-청두 노선은 첫 취항 편이 94%의 탑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기대되는 노선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에어부산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높은 탑승률을 기록한 비결은 무엇일까.타 저비용항공사(LCC) 대비 넓은 좌석 간격 배치와 차별화된 대고객 인적서비스 , 검증된 안전성 등이 수도권 이용객들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비행시간이 긴 동남아 노선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넓은 좌석 간격으로 인한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고 에어부산은 분석했다.에어부산은 수도권 지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간접광고(PPL), 유튜브 및 SNS 채널 강화 등 다방면으로 고객 소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에어부산은 오는 3월 도입 예정인 차세대 항공기(A321neo LR)를 활용해 인천 출발 노선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대형 항공사만 취항하고 있는 중거리 노선도 개척해 여행객들에게 합리적인 운임과 편리한 스케줄을 동시에 제공할 계획이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