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이전으로 텅빈 원도심 살리기, 벽화·예술 작업공간 등 이색 볼거리 가득
[톡톡 지방자치] 빈집·빈상가의 화려한 변신…'문화예술 주둔지' 밀양 진장마을
경남 밀양 진장마을은 조선시대 밀양부 관아에 속한 조총부대 별포군의 주둔지였다.

이 지역 응천강 제방을 축조하기 전에는 강물이 자유로이 드나들며 강변이 마치 넓은 운동장같이 흘러 군사 훈련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진장마을이라는 이름도 별포군이 '진을 치는 장소'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마을은 공공시설 이전 등으로 원도심 공동화가 진행돼 최근까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비가 오면 홍수가 잘 나고 제대로 배수가 안돼 '질퍽한 동네'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자 주민들마저 하나둘 떠나 곳곳에 빈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밀양시는 작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 재생사업'에 '진장거리 문화예술의 진을 치다'라는 사업명으로 응모해 선정됐다.

이 사업은 쇠퇴 지역 내 공공이용이 가능한 공간에 시민과 소통하는 사회적 문화활동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문화적 장소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밀양 진장 문화·예술의 거리 추진위원회를 결성, 노후한 빈집과 빈 상가 등을 예술인 창작 작업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진장둑 해천 야외무대∼진장1길 카페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은 마을 역사와 주민들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벽화로 꾸몄다.

[톡톡 지방자치] 빈집·빈상가의 화려한 변신…'문화예술 주둔지' 밀양 진장마을
읍성 남문이나 고지도 속 밀양, 활 쏘는 용맹한 별포군, 마을에서 실제로 30년 이상 거주한 할머니들, 공부하는 하숙생 등 옛 추억을 담은 벽화를 그려 걷는 재미를 더했다.

이처럼 다양한 포토존이 준비돼 밀양 시내 여행에 빠뜨릴 수 없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빈집 여섯 채를 5년간 무상 기부받아 지역예술인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문화예술 플랫폼 '미리미동국'을 개관했다.

미리미동국은 삼한시대 변한의 12국 중 하나였던 밀양의 옛 이름이다.

철이 풍부해 철제 농기구로 벼농사를 짓고 기름진 땅에 마, 뽕나무를 심어 풍요를 누리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고 한다.

현재는 미술, 공예, 금속, 섬유. 도자기 등 각 분야 작가들이 입주해 공유 체험과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진장둑 여섯 채 가옥에 공가와 공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옥외 공간을 갤러리처럼 꾸며 놓았다.

둘러서 굳이 출입구를 찾지 않고도 진장둑에서 바로 미리미동국까지 진입이 가능하도록 만든 옥상 디자인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각 전시공간은 전시와 판매를 겸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체험과 수강 신청까지 할 수 있다.

[톡톡 지방자치] 빈집·빈상가의 화려한 변신…'문화예술 주둔지' 밀양 진장마을
미리미동국 출입구 앞에는 폐타이어로 누에를 표현한 작품이 전시됐는데 이는 누에를 뜻하는 '미리'의 의미를 살리려고 지역 청년작가가 만들었다.

사업추진 초기에는 빈집들이 거의 폐품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라 청소하는데만 일주일 넘게 걸렸다.

사업비가 부족해 지역예술인 일당까지 줄여가며 예산을 아껴야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 완성된 미리미동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의 꽃을 피웠던 옛 시절처럼 밀양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우뚝 섰다.

이밖에 어둡고 습했던 마을 내 유휴공간은 화려한 조명으로 밝히고 있다.

진장 주민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과 전시, 체험, 민속놀이 공연 등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플리마켓에서는 주민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 상품들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또 시민공모사업으로 발굴된 버스킹 공연은 행사장을 찾은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흥과 즐거움을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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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장 남부경로당에서는 따뜻한 떡국을 준비해 2만원 이상 상품을 산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시는 창작 공간이 부족한 예술인들 수익을 창출하고 쇠락한 마을 주변에 카페나 음식점 등이 들어서는 등 침체한 지역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지역 유명 관광지인 영남루와 의열기념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이를 묶어 새로운 관광 벨트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장병수 밀양시 문화도시센터장은 "진장마을에 빈집이 많아 향후 범위를 좀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주위 유명 명소인 영남루와 항일운동테마거리와 연계해 문화관광명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