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스마트폰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제품도 많이 파는 화웨이와 애플이 받은 타격이 크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0·갤럭시Z플립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23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50만 대로 전년 동기(1억790만 대) 대비 7% 감소했다. 1억1900만 대를 판매한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16% 줄었다.화웨이는 지난달 1220만 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1990만 대)보다 출하량이 39%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1600만 대를 출하한 애플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폰XS를 판매했던 전년 동기(1560만 대)보단 많이 팔았지만, 지난해 12월(2560만 대)에 비해선 출하량이 38% 줄었다.출하량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 내 수요 감소다. 감염병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사람이 줄었고, 아예 문을 닫는 매장도 늘고 있다. 공장 폐쇄로 인한 공급 감소까지 더해지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인 데다 현지에 공장도 없어 중국 시장 위축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의 지난달 출하량은 2010만 대로 전년 동기(2050만 대), 작년 12월(2030만 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국내 상황이 변수다. 업계에서는 특히 최근 ‘갤럭시Z플립’ ‘갤럭시S20’ 등 신제품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에 감염병 확산이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삼성전자와 통신 3사는 신제품 공개 때마다 해오던 오프라인 행사 대부분을 취소·연기했다. 감염 우려로 휴대폰 판매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등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수요 위축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판매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 등은 잇따라 일시 휴업을 해 매출이 줄고 있다. 중국 관광객 감소로 경영이 악화된 면세점들은 인천공항 임차료 감면을 요구하기로 했다.롯데백화점은 23일 영등포점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일부 층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대전 지역 두 번째 확진자가 지난 19일 영등포점 지하 1층 등을 방문했다. 롯데는 “해당 확진자가 일부 층만 들렀지만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전 매장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날 하루 식품관 문을 닫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확진자가 19일 오후 2시께 강남점 식품관 푸드코트에서 1시간가량 식사를 했다. 신세계는 전날 서초구 감염병 관리팀을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강남점 영업을 30분 앞당겨 종료했다.면세점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사실상 끊겼고,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마저 연휴 이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이 오지 않아 매출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는 일시 휴업으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롯데면세점 명동점, 제주점과 신라면세점 서울점 제주점이 며칠씩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면세점업계는 인천국제공항 매장 임차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이 이미 임차료를 낮춰주기로 했다”며 “감염병이라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인천공항에도 임차료를 감면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창이공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원 조치로 2월부터 면세점 월 임대료를 6개월간 일부 감면하기로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창이공항에서는 신라면세점이 향수 화장품 매장을, 롯데면세점이 담배와 주류 면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태국도 일부 공항 면세점에 대해 임대료 일시 감면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23일 오후 2시40분 인천국제공항. 이스라엘 텔아비브국제공항에서 들어온 한국인 177명은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피로하고 지친 모습이었다. 전날 오후 2시30분께 인천을 떠난 이들은 텔아비브에 도착했지만 이스라엘 입국을 거부당했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험국가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텔아비브국제공항에 두 시간여 머물다가 타고 간 비행기로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스라엘에선 자국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1600여 명의 출국을 금지하고 격리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이스라엘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여행객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한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 39명 가운데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감염경로는 알 수 없다”면서도 “국내에서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주말 전 세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보다 한국에 더 주목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CNN BBC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톱뉴스로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한국 당국은 나흘 새 여섯 배 급증한 감염자 수를 보고했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각국은 한국 여행에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스라엘에 이어 바레인은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면 한국 여행금지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이 닥친 것이다.미 국무부는 이날 “한국에서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이 보고됐다”며 한국 여행경보를 1단계 ‘일반적 주의’에서 2단계 ‘각별한 주의’로 올렸다.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시 각별히 주의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국무부 여행경보는 4단계로 나뉘며 상황이 악화되면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에 2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미 국무부와 CDC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현재까지 2단계 이상 여행경보를 내린 곳은 중국, 홍콩, 마카오를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도 이날 한국과 함께 여행경보가 2단계로 높아졌다.대만 보건당국도 이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높였다고 대만 빈과일보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일 한국과 일본을 1단계 경보지역으로 편입한 지 이틀 만이다. 대만 보건당국의 여행경보는 1단계 ‘주의’, 2단계 ‘경계’, 3단계 ‘경고’로 나뉜다.한국인 등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거나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런 나라는 총 13개국이다.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태평양 섬나라),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은 한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브루나이,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7개국은 한국발 외국인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외국 항공사들도 잇따라 한국행 항공편을 취소하고 있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음달 6~27일 예정돼 있던 한국행 항공편을 하루 3회에서 하루 2회로 축소 운항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국 최대 항공사 타이항공도 한국 항공편을 일부 취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과 방콕을 운항하는 TG688, TG689편은 운항이 중단됐다. 부산~방콕을 다니는 TG650, TG651편은 오는 27일과 다음달 5~6일 운항이 취소됐다. 이 회사는 다음달 28일까지 방콕~인천 노선의 운항 횟수를 하루 5회에서 4회로 줄일 방침이다.필리핀항공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마닐라 노선을 다음달 31일까지 운항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부산~마닐라를 오가는 항공편은 주 7회에서 주 4회(화·수·토·일요일)로 감편한다.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이선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