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를 저성과자라는 사유로 해고하려면 해당 직원이 담당업무를 할 수 없거나 근로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회사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현대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도입해 2009년부터 간부사원 중 3개 연도 누적 인사평가가 하위 2% 미만인 사원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왔다. 1992년 현대차에 입사해 과장급 간부로 근무하던 A씨는 2010년부터 8년간 7회에 걸쳐 관리 대상자로 선정돼 교육평가·업무수행평가 등을 받았으나 2018년 3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대차 측은 “A씨는 수차례에 걸쳐 근무 태도 및 역량을 향상할 기회를 제공받았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회 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는 ‘통상해고’ 사유가 인정되고, 해고와 관련한 절차도 충분히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통상해고는 근로자 개인의 건강이나 능력 부족 등 일신상 사유에 의한 해고를 의미한다.

법원은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부족하고, 그런 사정으로 말미암아 담당업무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근로 의사가 없다는 결과가 현저하다는 것을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며 사측이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 여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해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통상해고를 부당한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 근로자 지위가 과도하게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