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과 서울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과 경남 충북 제주 등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다. 하루 만에 환자 104명이 무더기로 추가되면서 전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 전국이 뚫렸다…이틀 연속 사망자 발생
질병관리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104명 추가돼 전체 환자는 208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대구에서 8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확인된 전체 환자 중 85명이 신천지대구교회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부산 경남 충북 등지에서도 환자가 추가되면서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도 늘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54세 여성 환자가 경북 지역 병실이 부족해 부산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 서울에서도 5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2명은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감염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기 경보는 경계 단계를 유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심각에 준해 대응하고 있다”며 “국민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구·경북 지역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행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한국을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난 국가에 추가했다. 지역사회 확산이 발생한 나라에 대해서는 여행 자제 등을 권고하는 여행경보를 내릴 수 있다.
청도서 부산 이송된 환자 사망…대구, 하룻새 확진자 80명 늘어
무더기 확진 쏟아진 대구·경북


21일 대구에서는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0명 나왔다. 최근 나흘간 확진자 수가 130명으로 급증하자 방역체계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 음압병상이 없어 부산으로 이송됐던 환자 가운데 한 명은 사망했다.

대구시는 이날 시민 이동 자제를 요청하고, 전체 어린이집 휴원도 권고했다.

대구시와 의료계에 따르면 입원환자 및 의료인력(간호사)에게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5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4개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경북대병원 본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구병원, W병원, 삼일병원 등이 응급실을 폐쇄했다. 대구권 응급의료센터인 계명대와 영남대도 1~2일씩 문을 닫았다. 코로나19의 병원 내 전파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였지만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응급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병원은 물론이고 중소병원까지 응급실 폐쇄를 반복하자 대구 시민들은 “단순 교통사고와 맹장염에 걸려도 당장 찾아갈 병원이 없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와 접촉한 의료인이 늘면서 격리 인원도 급증하고 있다. 대구지역 병원 가운데 격리 조치된 의료 인력만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의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의료인의 감염 차단”이라며 “의료진과 병원의 방역체계를 지켜야 코로나19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 지역도 심각하다. 확진자 16명이 나온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해 일시 폐쇄했다. 병원 환자와 의료진 등 직원 전원을 검사하고 있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대남병원은 폐쇄 상태로 의료진 중 음성으로 판정난 이들도 자가격리 등을 하지 않고 병원에서 사고수습대책본부와 함께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확진자를 수용할 음압병상이 부족해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청도 대남병원에 있던 확진자 두 명은 대구에서 음압병상이 있는 병원을 구하지 못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가운데 54세 여성은 부산대병원에서 치료 도중 오후 5시께 사망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나오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지현/박재원/오경묵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