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업계가 급성장하면서 감염병 예방 관련 법률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으론 소독 관련 법정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소독 업무를 할 수 있게 돼 있어서다. 소독에 관한 지식 없이 ‘주먹구구식 방역’이 이뤄지면 방역망이 뚫릴 우려가 있다며 방역업체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소독에 대한 지식 없이도 얼마든지 소독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독업자와 소독업 종사자는 6개월 이내에 소독에 관한 법정교육(16시간)을 이수하도록 돼 있다. 해당 교육에는 소독장비 및 약품의 종류와 사용법, 소독 대상 미생물과 안전수칙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최초 교육을 받은 이후 소독업 종사자는 3년마다 1회 이상 8시간가량의 보수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종사한 날부터 6개월 이내’로 기한을 못박아 오히려 교육받지 않은 사람이 소독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주장한다. 원용남 한국방역협회 서울지회장은 “6개월이 되기 전까진 사실상 누구나 소독을 할 수 있는 셈”이라며 “상황마다 쓰는 살균제, 살충제가 다른데 코로나19처럼 특정 감염병이 유행할 때 이에 대한 소독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방역을 맡기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소독해주겠다”고 홍보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게시글 상당수가 업체명 없이 휴대폰 연락처만 표시해 소비자는 어떤 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 방역업체인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회장은 “현재로선 방역업체에서 온 직원이 법정교육을 받은 사람인지 소비자가 알 수 없다”며 “소독업에 종사하기 이전에 법정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6개월의 교육 유예기간을 3개월로 줄이는 식으로 교육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소독 의무 시설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으론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대규모 점포와 전통시장, 병원, 관광숙박업소 등은 소독 의무 대상이지만 식품접객업소는 연면적 300㎡ 이상 시설에 한해서만 소독 의무가 있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저연령층이 자주 드나드는 학원은 연면적 1000㎡ 이상, 유치원은 50명 이상 수용하는 경우에만 소독을 반드시 해야 한다. 홍 회장은 “소규모 학원이나 유치원·식당 등은 비용 부담으로 소독을 주저하는 게 현실”이라며 “바우처를 지급해 일정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라도 이들 시설의 소독을 의무화해야 지역사회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