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중 첫 사망자가 나온 20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왼쪽 사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방역요원이 환자가 사용한 물건 등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환자 중 첫 사망자가 나온 20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왼쪽 사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방역요원이 환자가 사용한 물건 등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60대 남성 환자다. 이 병원에서만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대구교회에 이어 이 병원이 슈퍼 감염지로 지목받고 있다.

하루 만에 56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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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는 20일 하루 동안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56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체 환자 수는 107명이다. 이 중 한 명은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날 추가된 환자 중 대구·경북 지역 환자는 51명이다. 서울에서는 2명이 추가됐다. 전북 김제와 광주, 제주에선 각각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처음 발생한 사망자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20년 넘게 입원 치료를 받아온 63세 남성 환자다. 조현병 등으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새벽 폐렴 증상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뒤 환자 검체를 채취해 진행한 검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환자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이 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 2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되자 병원 환자와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정신병동 환자 109명과 직원 등 120여 명을 검체 검사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 병원과 집단 감염이 일어난 신천지대구교회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대구교회 교인들이 대남병원을 방문해 매달 한 차례 정도 미용 봉사를 했다는 소문에 대해 감염과 관련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민방위 훈련 상황처럼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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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51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구시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수준으로 높이고 대응을 시작했다.

대구교육청은 이날 유치원 341곳과 초·중·고교 459곳의 개학을 다음달 9일로 1주일 미뤘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연기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대구교육청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은 이날 사설학원과 학생문화센터 수영장 등 민간업체에도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시민의 불안이 커지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시설과 은행 등이 잇달아 폐쇄됐다. 대구시립도서관 9곳이 전면 휴관에 들어갔고 학생문화센터, 교육박물관 등에서의 학생 체험 및 연수 활동도 중단됐다. 군당국은 대구와 영천 지역에 주둔한 군부대 장병의 휴가를 연기하도록 하고, 외출·외박·면회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인적 뚝 끊긴 대구

은행도 문을 닫았다. 농협은행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구지역 영업점 네 곳을 임시 폐쇄했다. 대구 달성군지부, 두류지점, 성당지점, 칠성동지점 등이다. 영업점(달성군지부)과 같은 건물을 쓰는 농협중앙회 직원이 19일 양성 판정을 받는가 하면 청원경찰의 부친이 확진을 받은 곳(칠성동지점)도 있다. 언제 문을 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인파로 붐비던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는 거짓말처럼 인적이 드물었다. 이날 오후 1시께 이곳을 지나는 버스 세 대에 탄 승객은 단 두 명뿐이었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텅 비어 있었고 마스크를 낀 공사인부 몇 명만이 지나고 있었다. 동성로 화장품매장에서 만난 매니저 정모씨(27)는 “동성로 유동인구가 평소의 5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시민들이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의 한 화장품매장 점원도 “오전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사람이 다녀야 화장품도 팔릴 텐데 외출을 하지 않으니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매출도 평소의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의 개인택시기사 정모씨(63)는 “동대구역이나 대구공항 앞에 길게 늘어선 택시 행렬 속에 들어가 있으면 손님이 없어 앞뒤 차가 꼼짝을 안 한다”며 “이대로 가면 생계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까지 관리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접촉자 파악이 가능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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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대구=오경묵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