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있는 대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주변에서 경찰들이 20일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있는 대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주변에서 경찰들이 20일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에서는 20일 하루 동안 또다시 3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나오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 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시내 중심가는 마치 민방위 훈련이 벌어진 것처럼 썰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현 추세대로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정부의 대응 매뉴얼은 의미가 없다”며 “시민들은 한 단계 높은 대응으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방위 훈련 상황처럼 썰렁

"마치 민방위훈련처럼 도심 텅텅"…대구 시민들 "사람 만나기 겁나"
인파로 붐비던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는 이날 거짓말처럼 인적이 드물었다. 이날 오후 1시께 이곳을 지나는 버스 세 대에 탄 승객은 단 두 명뿐이었다. 동성로 대구백화점앞 광장은 텅 비어 있었고 마스크를 낀 공사인부 몇 명만이 지나고 있었다. 동성로 화장품매장에서 만난 매니저 정모씨(27)는 “동성로 유동인구가 평소의 5분의 1가량으로 줄은 것 같다”며 “시민들이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의 한 화장품매장 점원도 “오전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사람이 다녀야 화장품도 팔릴 텐데 외출을 하지 않으니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매출도 평소의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의 개인택시기사 정모씨(63)는 “동대구역이나 대구공항 앞에 길게 늘어선 택시 행렬 속에 들어가 있으면 손님이 없어 앞뒤 차가 꼼짝을 안 한다”며 “이대로 가면 생계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시설과 은행 등이 잇달아 폐쇄됐다. 대구시립도서관 9곳이 전면 휴관에 들어갔고 학생문화센터, 교육박물관 등에서의 학생 체험 및 연수 활동도 중단됐다. 대구교육청은 이날 사설학원과 학생문화센터 수영장 등 민간업체에도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군 당국은 대구와 영천 지역에 주둔한 군부대 장병의 휴가를 연기하도록 하고, 외출·외박·면회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은행도 문을 닫았다. 농협은행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구지역 영업점 네 곳을 임시 폐쇄했다. 대구 달성군지부, 두류지점, 성당지점, 칠성동지점 등이다. 영업점(달성군지부)의 같은 건물을 쓰는 농협중앙회 직원이 지난 19일 양성판정을 받는가 하면 청원경찰의 부친이 확진을 받은 곳(칠성동지점)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면 접촉이 많은 영업점 특성상 위험 요소가 많다고 판단했다”며 “언제 다시 문을 열지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확진자 39명 대구는 이미 ‘심각’ 단계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전국적인 코로나19 대응상황은 ‘주의’ 단계지만 대구지역은 이미 ‘심각’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까지 관리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접촉자 파악이 가능하더라도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대구시가 19~20일 31번 환자와 9일, 16일 예배를 같이 본 1001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결과 20일 낮 12시 현재 102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파악한 예배자 가운데 증상이 있는 사람도 13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는 유증상자에 대해선 자가 격리하고, 보건소 등을 통해 검체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최삼룡 대구시 시민안전실장은 “대구시 전 실국 공무원을 동원해 신천지 교인 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구시는 확진환자 34명 가운데 15명은 음압병동에 입원치료 중이다. 나머지 19명의 환자는 추가 확보한 12개 병실에 입원시킬 예정이지만 음압병동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날 대구지역 확진자 39명 가운데 신천지 연관자가 33명, 일본 여행 2명, 기타 확인 중인 확진자가 4명이라고 발표했다. 경북에서도 확진자 4명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데다 일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병원 여러 곳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경북지역에선 총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국경제 '코로나19 현황' 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kyung.com/coronavirus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