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확진자 15명 추가…검사받기도 어려워

"혹시 나도…?", "지금은 검사 안 돼요.

나중에 다시 오세요.

"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경북에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확진 사례가 없어 감염 예방 수칙 준수에 비교적 느슨한 편이었지만, 곳곳에서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거리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확' 늘고, 평범한 감기 증세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하는 시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심영준(23)씨는 "며칠 전부터 기침과 함께 가래가 끓어 찾아왔다"며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병을 모르고 돌아다니면 그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고 했다.

의심 증상을 보여 왔다는 홍나현(22)씨는 "솔직히 무섭다.

처음에는 감기려니 했으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뉴스에서 본 증상이 나와 비슷하다"고 불안해했다.

오후 1시께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의심 환자 10여명은 기다림에 지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르포]'혹시 나도?'…무더기 확진에 동요하는 대구
선별진료소 앞마당에 주저앉거나 주차금지 팻말에 몸을 기댄 채 의료진을 기다린 의심 환자들은 분주한 의료진에게 말조차 걸기 어려웠다.

1시간여 만에 마주한 의료진은 "검사가 가능하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쳤다.

흰색 방호복과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의료진은 "2시간 후에 다시 와달라"고 부탁했다.

15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탓에 이곳에는 의심 환자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르포]'혹시 나도?'…무더기 확진에 동요하는 대구
굳게 닫힌 문 앞에 통제선을 친 경북대병원 응급실 주변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이 확인돼 오전 1시께 응급실을 폐쇄했지만,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찾아온 이들은 병원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서 발을 동동 굴렀다.

갑작스레 이산가족이 된 응급실 입원 환자들은 문을 사이에 두고 가족과 전화로 안부를 확인했다.

유리창 너머로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에 애틋함이 묻어났다.

[르포]'혹시 나도?'…무더기 확진에 동요하는 대구
병원 본관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평소보다 환자 발길이 뜸했다.

환자들은 출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한 뒤 이름과 방문 시간, 연락처를 적고 들어갔다.

다수 확진자가 나온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도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오전 10시께 남구 보건소 직원 1명이 건물 외부 방역을 하는 동안 이곳을 지나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건소 직원은 "정말 난리다.

관할 내에 방역 할 곳이 많다"며 일을 서둘렀다.

[르포]'혹시 나도?'…무더기 확진에 동요하는 대구
전날까지 교인들 출입이 빈번한 곳이었지만, 하루 새 인적이 끓어졌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코로나19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하룻밤 새 국내 확진자 최대 발생지가 되면서 대학병원 응급실과 구내식당 등이 잇달아 폐쇄되는 상황에 가뜩이나 침체한 도심 분위기는 더 위축되는 모습이다.

어깨를 움츠린 한 시민이 마스크를 고쳐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건물 앞을 서둘러 지나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