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31번 환자 둘러싼 '슈퍼 전파' 판단하면서도 '신중 모드'
"현재 '심각' 단계 준하는 범부처 대응 체계…종합적 검토해야"
'지역감염 의심' 환자 잇단 발생…경보 '경계'→'심각' 검토할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15명 늘어나는 등 환자가 속출하자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환자 등을 통해 신규 환자 13명이나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정부의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는 '경계' 수준이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해외 신종 감염병을 기준으로 '감염병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제한적 전파'(경계),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순으로 단계가 바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자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일주일 뒤인 27일 환자가 4명으로 늘어나면서 위기 경보는 '경계'로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위기 경보를 '경계'로 한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에는 질병이 유입된 지 약 6개월 만에 '심각' 단계까지 간 바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 이후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정 환자와 연관성이 확인된 환자만 10명 넘게 나온 만큼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31번 환자가 방문한 교회에서 '슈퍼 전파' 사건이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위기 경보 상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감염 의심' 환자 잇단 발생…경보 '경계'→'심각' 검토할까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선제 대응 차원에서 위기 경보를 '경계' 수준으로 올렸지만, 아직은 지역사회 내 광범위한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일부 환자들에 대한 역학 조사를 강화해 정확한 감염원을 찾고, 그에 따른 위험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정 본부장은 "심각 기준은 전국적인 광범위한 유행, 지역사회 유행이 있을 때"라면서 "현재 경계 단계이긴 하지만 심각 단계에 준해서 총리가 주기적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 참여하는 등 범부처 대응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로구에서 진행 중인 29번·30번째 환자 발생 및 접촉자 발생, 감염 경로 조사 결과와 대구의 조사 결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위기 경보 상향 여부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역시 "위기 경보 격상 문제는 환자 발생의 양태, 발생자 수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내비쳤다.

노 총괄책임관은 "대구에서 (환자가) 발생한 것은 방역 체계 안에서 접촉자 수가 파악된 것이기 때문에 (환자 발생) 숫자만 가지고 위기 경보 격상을 논하기에는 좀 빠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 수준까지 갔다는 보기는 어렵다.

기준상으로는 '경계'에 부합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당시 선제적으로 '주의'에서 '경계'로 단계로 올렸는데 더 올릴지 여부는 정책적 판단"이라면서 "'심각' 수준까지 갈지 미리 고민하고 (방역·대응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