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무생물과 다른 점은 뭘까? 자신과 같은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으냐 없느냐다.

생물은 자손을 생산한 뒤 죽는다.

생자필멸이다.

이처럼 생사는 하나의 연결선상에 있다.

삶이 있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어 삶 또한 있다.

삶과 죽음이 단절됐을 때 진정한 행복은 누리기 힘들다.

현대의 삶과 죽음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양자는 분리된 채 멀어져갔다.

그 결과, 삶과 죽음은 각기 외발뛰기하듯 부자연스럽게 뒤뚱거린다.

예컨대, 장소를 보자. 전통적으로 죽음은 삶의 공간에 있었다.

집에서 살다가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 과정에 가족이 동참했고, 결별의 순간 또한 동행하며 아픔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집을 잃었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병원으로 옮겨지고, 대부분 가족과 격리된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다.

가족은 죽음 과정의 참여자가 아니라 저 멀리 떨어진 관중이 돼버렸다.

집을 잃기는 탄생 과정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117개 키워드로 정리한 책 '인간의 모든 죽음'

의료인 출신 최현석 박사가 인간의 죽음을 직시하고 집대성한 통섭의 교양서를 냈다.

신간 '인간의 모든 죽음'은 인문학과 과학, 의학의 경계에서 인간의 모든 죽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조목조목 정리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부제로 한 이번 신간은 인간의 본성을 총체적으로 풀어낸 '인간개념어사전'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그동안 저자는 '감각', '감정', '동기', '성격'을 통찰한 저서 '인간의 모든 감각', '인간의 모든 감정', '인간의 모든 동기', '인간의 모든 성격'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책은 자살, 타살, 사고사, 고독사, 존엄사 등과 함께 아동의 죽음부터 노인의 죽음까지, 생명윤리부터 죽음준비교육까지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을 117개 키워드로 정리해나간다.

현대인의 죽음 양상, 각종 질병·생활습관과 죽음의 관계, 죽음의 유형과 생애주기별 죽음의 특징, 그리고 치매·간병·호스피스·상장례·임종·사별 등 웰다잉을 위한 실용 지식도 망라했다.

생사학이라는 말에는 삶과 죽음이 분리된 게 아니라 표리일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반영됐다.

이에 대한 주목은 국내에서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다.

한 대학에 생사학연구센터가 개설되고, 죽음 관련 학회가 창립되는 등 일련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받아서인지 죽음의 질이 근래들어 다소 높아져간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201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등 40개국을 대상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가 얼마나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32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5년 뒤에는 조사 대상 80개국 중 18위로 올라 그동안 여건이 상당한 개선이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임종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지원하며 관련 의료기관 또한 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외면할까, 대면할까.

외면으로 잠시 몸이 편할지 모르나 길게는 마음의 불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불편한 진실일수록 외면이 아닌 대면이 필요한 이유다.

죽음 문제가 바로 그렇다.

성균관대 의대 내과 교수 등을 역임한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인 요양병원을 2018년부터 직접 운영하면서 죽음에 대해 궁금했던 것,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정리해 이번에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고 말한다.

서해문집. 496쪽. 2만2천원.
죽음을 117개 키워드로 정리한 책 '인간의 모든 죽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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